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일찍 보지 말자"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덕수고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타격에 대한 재능이 확실했던 나승엽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시즌부터 121경기에 출전해 127안타 7홈런 66타점 59득점 타율 0.312 OPS 0.880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김태형 감독도 나승엽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면 칭찬을 빼놓지 않을 정도였다.
그 결과 나승엽은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예비 명단에 합류하는 기쁨을 맛보게 됐고,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이후 두 번째 태극마크를 향해 고척스카이돔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대표팀에는 1, 3루 자원이 많다. 때문에 나승엽에게 한 자리가 제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현재까지 류중일 감독의 평가는 매우 좋다.
지난해 APBC에 이어 다시 한번 대표팀 승선을 목표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나승엽은 30일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태극마크는 느낌이 다를까. 그는 "정규시즌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다. 너무 잘하는 선수들만 모여 있기 떄문에 재밌고 배울점도 많은 것 같다"며 "작년 ABPC 때는 전역을 하고 바로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긴장보다는 이 상황이 재밌다"고 활짝 웃었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며칠 전 진행된 회식을 통해 선수들끼리도 한 층 가까워졌다. 나승엽은 "친한 형들도 있었지만, 친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다. 그래서 서먹서먹한 면도 없지 않았는데, 전체 회식을 하면서 더 가까워졌다"며 "대표팀 선수 모두 배팅도 잘 치고, 감탄만 하고 있다. 모두가 잘 움직이고, 송구도 좋다. 특히 (문)보경이 형의 공이 가장 좋고, 잡기 편한 것은 (박)성한이 형이다. 정말 공이 이쁘게 날라온다"고 말했다.
나승엽은 올 시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그 결과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게 됐고, 다시 한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스텝업을 노린다. 그는 "정규시즌 때 혼자서는 뭘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감독, 코치님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안 좋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금방 탈출을 할 수 있더라. 귀를 닫고 혼자서 하면 더 내려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피드백을 모두 귀담아 들었다"고 설명했다.
나승엽의 경우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파워는 아직 부족한 편이지만, 올해 2루타 부문에서 리그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장타 생산력이 좋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스윙에서 나오는 정교한 컨택 능력 또한 장점이다. 대표팀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1루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대타 자원으로서 클러치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는 선수다. 특히 대표팀에 전문 1루수가 나승엽밖에 없다는 점도 수비적인 측면에서 이점이 될 수 있다.
나승엽은 "김태형 감독님께서 대표팀에 갈 때 '일찍 보지 말자'고 말씀해 주셨다. '떨어지면 바로 (마무리캠프) 합류할 준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라고 하셨다"고 너스레를 떨며 "코치님들께서도 장난 반으로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다면,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더 뿌듯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승선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했을 때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나승엽은 "정말 모르겠다. 시즌이 끝나고 짧은 휴식을 가졌다가 마무리캠프를 소화하고 합류했기 때문에 컨디션에는 큰 문제가 없다. 훈련을 하는데 감각도 잘 유지가 돼 있고, 몸도 다 만들어져 있다. 빨리만 집에 가지 않는다면 유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문 1루수가 없지만, 1루를 볼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 나 또한 1루에서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지만, 더 내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승선을 위해선 일단 내달 1~2일 쿠바와 평가전에서 증명해야 한다. 나승엽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잘하고 싶다. 하지만 오버는 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대로만 차분하게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올해 한국 야구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평가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분들이 찾아오시는 것 같다. 상승세를 잘 타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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