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주치의까지 부르고 싶다고 했다니까요.”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진행하던 지난 15일 함평 KIA챌린저스필드. 심재학 단장과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는데, 제임스 네일 얘기가 나왔다. 심재학 단장은 네일이 웃으며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네일과 스몰토크를 마치더니 대뜸 취재진에 “네일이 한국시리즈에 주치의를 부르고 싶어했다”라고 했다. 네일이 말한 주치의는 8월25일 오전에 자신의 오른쪽 턱 관절을 수술해준 서울 아산병원 의사들을 의미한다.
네일은 8월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오른쪽 턱을 강타당했다. 심각한 부상이었다. 당시 KIA는 네일의 시즌아웃을 넘어 사람의 인생이 걸린 일이라고 판단, 최선을 다해 네일의 치료를 지원했다. 네일의 수술 및 재활 치료를 담당한 의료진도 최선을 다해 네일을 돌봤다는 후문이다. 선수들도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격려 메시지를 보내며 진심으로 건강 회복을 기원했다.
네일은 그런 한국인들 특유의 ‘정’에 폭풍 감동했다. 본래 야구에 대한 욕심도 많지만, KIA를 위해서라도 그라운드에 꼭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곧바로 광주의 구단 지정병원으로 옮겼고, 9월 초부터 챔피언스필드에 출퇴근하며 재활도 하고 선수들과도 호흡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네일은 한국시리즈가 다가오자 자신을 수술해준 의사들을 한국시리즈에 초대하고 싶어했다. 구단도 돕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주치의들이 너무 바빠 광주까지 내려올 시간을 내지 못했다. 네일이 의료대란이 일어난 국내 의료계 사정까지 정확히 알긴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심재학 단장은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또 한번 놀라워했다. 네일의 인성이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기자가 봐도 그렇다. 이제까지 직접 본 모든 프로스포츠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인성과 매너가 탑이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뷰한 기자에게 먼저 주먹인사를 권하는 건 예삿일이었다. 구단 직원들에겐 자신을 구단 SN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마음까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외국인선수는 처음 본다”라고 했다.
네일은 올해 턱 부상으로 쉰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KBO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한국시리즈서 성공적으로 복귀, 건재를 과시했다.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53. KIA는 당연히 네일과 재계약을 하고 싶을 것이다.
더 중요한 건, 네일은 훌륭한 야구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네일을 1년간 취재할 수 있어서 기자 역시 영광이었다. 팍팍한 삶 속에서 휴머니즘을 느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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