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건호 기자] 철벽 마운드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베이스볼시리즈 With TVING' 쿠바와의 평가전 첫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투수진의 호투가 빛났다. 이날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곽빈(두산 베어스)을 선발 투수로 내보낼 것을 밝혔다. 사령탑은 "곽빈은 2이닝을 던질 생각이다. 뒤에는 2이닝을 던지는 투수도 있고 1이닝을 던지는 투수도 있다. 뒤에 나올 투수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많은 투수를 기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투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선수를 제외하면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다. 쿠바와의 2경기 6일 상무전, 그리고 대만에서의 대만 프로팀과의 총 4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르기 위함이다.
한국 마운드는 요엘키스 기베르트(중견수)-요안 몬카다(3루수)-발바로 아루에바루에나(유격수)-알프레도 데스파이네(지명타자)-라파엘 비냘레스(우익수)-라사로 아르멘테로스(좌익수)-로베르토 발도킨(1루수)-안드리스 페레즈(포수)-야리엘 무히카(2루수) 순으로 이어지는 쿠바의 선발 라인업을 상대했다.
선발 등판한 곽빈은 기베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 몬카다를 만났다. 몬카다는 지난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했으며 2017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뒤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다. 2021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내전근 부상 회복 후 복귀한 몬카다였다. 100%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한 방이 있는 타자다. 위험한 상대였다. 하지만 곽빈이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웃었다. 이어 아루에바루에나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2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곽빈은 데스파이네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이어 비날레스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좋았다. 아르멘테로스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해 숨을 고른 뒤 발도킨에게 3루수 앞 땅볼 타구를 유도, 더블플레이로 연결해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총 16개의 공을 던졌으며 최고 구속은 150km/h가 나왔다. 스트라이크 13개를 기록했다.
3회초에는 두산의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등판했다. 지난 3월 열린 서울시리즈에서 태극마크를 단 경험이 있는 김택연은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페레즈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무히카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기베르트와 몬카다를 외야 뜬공으로 잡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고 구속은 148km/h를 찍었다.
4회에는 또 다른 클로저가 올라왔다. 바로 유영찬(LG 트윈스)이다. 유영찬은 깔끔한 투구 내용을 기록했다. 선두타자 아루에바르레나를 삼구삼진으로 잡은 뒤 데스파이네를 유격수 땅볼, 비날레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개의 공을 던져 한 이닝을 매듭지었다. 최고 구속은 149km/h.
이영하(두산)가 5회초 마운드를 지켰다. 선두타자 아르멘테로스에게 3루수 내야안타를 허용해 불안하게 시작했다. 발도킨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그사이 아르멘테로스가 2루까지가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페레즈를 상대로 삼진을 솎아내 한숨 돌린 이영하는 무히카의 타석에서 아르멘테로스가 3루 베이스를 훔쳐 2사 3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무히카를 상대로 삼진을 기록,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영하 역시 149km/h의 최고 구속을 마크했다.
6회에는 한화 이글스에서 유일하게 이번 대표팀에 차출된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김서현은 포심패스트볼(6구)-슬라이더(7구)를 섞어 쿠바 타선을 상대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5km/h, 평균 구속은 153km/h가 나왔다. 기베르트와 몬카다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아루에바르레나에게 3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김시훈(NC 다이노스)이 7회초 팀의 여섯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지난달 25일 추가 소집된 그는 데스파이네를 2루수 직선타, 비날레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아르멘테로스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대타 기예르모 아빌레스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막은 뒤 바통을 넘겼다.
김시훈으로부터 바통을 받은 투수는 SSG 랜더스의 새로운 마무리투수 조병현이었다. 조병현 역시 안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페레즈를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대타 헤안 왈터스를 좌익수 뜬공, 기베르트를 유격수 땅볼로 막았다. 최고 147km/h의 공을 뿌렸다.
9회초에는 박영현(KT 위즈)이 올라왔다. 박영현은 20년 만에 탄생한 단일 시즌 10승 20세이브 기록을 세운 KT의 클로저였다. 박영현은 로드리게스와 마테오를 삼진을 처리한 뒤 데스파이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고 구속은 150km/h까지 나왔다.
쿠바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물론, 쿠바 타자들이 처음 보는 투수들이기에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9회까지 볼넷을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으며, 3피안타로 타선을 틀어막았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경기 후 아르만도 욘슨 쿠바 감독은 "굉장히 좋은 경기였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수비, 투수진의 놀라운 모습이었다.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요인이었다. 우리도 잘했다 생각했지만, 실수로 두 점을 헌납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투수진에 대해 "9회 올라온 마무리 박영현이 눈에 띄었다. 구속, 변화구 퀄리티 모두 이목을 끌었다. 그 외에도 모든 투수가 놀라운 모습이었다"며 "특히, 제구가 놀라웠다. 변화구도 존 낮은 곳에 잘 던졌다"고 전했다.
고척=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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