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굉장히 인상 깊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베이스볼 시리즈 with TVING 쿠바 대표팀과 평가전 홈 맞대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8일 대만으로 출국해 13일부터 B조 조별리그 일정을 시작하는 한국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와 숙제가 공존했다. 경기 시작부터 쿠바 마운드를 공략하는데 성공하면서 1~2회 각각 1점씩을 뽑아내며 초반 흐름을 잡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시점까지 12명의 주자가 1루 베이스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두 명 밖에 돌아오지 못한 것은 분명한 숙제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더 컸다. 바로 마운드였다.
이날 한국은 선발 곽빈(2이닝)을 시작으로 김택연(1이닝)-유영찬(1이닝)-이영하(1이닝)-김서현(1이닝)-김시훈(1이닝)-조병현(1이닝)-박영현(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쿠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릴레이 투구를 선보였다. 모든 투수가 제 역할을 다 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투수가 있었다면 바로 김서현이었다. 11월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55km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은 김서현은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들의 주목을 받았다. 던지기만 하면 150km를 넘어서는 빠른 볼은 빅리그 스카우들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으나, 미국행이 아닌 KBO리그 잔류를 택했다. 김서현은 데뷔 첫 시즌부터 트랙맨 데이터 기준 160.1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야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2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가 무려 30개에 달했다는 점이었다. 1이닝 당 사사구가 1개를 넘어선 것은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한화와 김서현은 제구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김서현은 투구폼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는 37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의 성적을 남겼다.
제구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3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36개로 소폭 줄여냈고, 프리미어12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1일 쿠바를 상대로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해 무결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결과도 완벽했지만, 과정도 돋보이는 투구였다.
2-0으로 앞선 6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선두타자 요엘키스 기베르트를 4구 만에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시작했다. 그런데 후속타자 요안 몬카다와 승부는 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9시즌 동안 뛰며 9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는 커리어를 의식했던 탓일까.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을 연거푸 3개를 던진 결과 모두 볼 판정을 받으며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여기서 김서현이 달라진 모습을 뽐냈다. 4구째 슬라이더를 구사해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더니, 다시 한번 슬라이더를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이어 5구째 또 한 번 변화구를 던진 결과 2루수 땅볼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김서현은 후속타자를 3루수 땅볼로 요리하면서, 쿠바의 상위 타선을 깔끔하게 봉쇄, 7회 마운드를 김시훈에게 넘기고 교체됐다.
경기가 끝난 뒤 류중일 감독은 모든 투수들의 피칭을 칭찬하면서도, 김서현의 피칭을 주목했다. 사령탑은 "인상 깊게 본 것이, 나는 (김)서현이가 변화구에 대한 제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볼볼볼을 하더니, 이후 변화구 3개로 다 잡아냈다. 공이 빠르면 변화구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계속해서 류중일 감독은 "직구가 빠지니, 변화구 위주로 가더라. 공이 빠지는 느낌이었는데, 변화구 세 개로 타자를 잡아낸 것이 인상 깊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경기를 하면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에서 맞으면 다음에는 막아내야 한다. 그게 야구인 것 같다"고 김서현의 달라진 모습에 극찬을 쏟아냈다.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분명 김서현의 투구에 감명을 받은 모양새였다. 제구가 흔들릴 때 변화구로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다면, 대표팀 최종 명단에 승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서현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