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같은 것 잘 못 타요. 고소공포증도 있고.”
NC 다이노스 내야수 서호철(28)은 타석에서 극단적으로 홈플레이트 쪽으로 달라붙은 채 타격한다. 심지어 시즌 중 헤드샷을 두 차례나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자신의 타격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홈플레이트로 바짝 붙는 타자에게 정교한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는 KBO리그 투수는 거의 없다. 서호철은 투수들에게 바깥쪽 승부를 사실상 강요하는 효과를 쏠쏠하게 누렸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창원NC파크에서 마무리훈련을 하던 도중 위와 같이 반전 고백을 했다. 알고 보니 평소엔 무서워하는 것들이 많다.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라운드에만 들어서면 투사로 변신한다.
서호철은 “컨디션에 따라 살짝 한 발 정도 떨어지는 경우는 있다. 지금도 붙어서 친다. 진짜 무섭지 않다. 헤드샷을 두 번 맞아봤지만, 안 무섭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같은 걸 잘 못 탄다. 고소공포증도 있다”라고 했다.
반전의 사나이다. 그는 “작년에 많이 다쳐보니 다치는 게 조금 두렵다. 그런데 야구할 땐 까먹고 하게 된다. 오히려 할 수 없는 것이다. 공이 날아오면 ‘그냥 한번 더 (자신의 몸으로)던져라’는 생각으로 한다. 야구할 때 다치면 덜 억울한데 오히려 생활하다 다치면 그게 더 억울하다”라고 했다.
그렇게 2년 연속 확실하게 자신의 야구를 펼치면서 공룡군단 주전 3루수를 꿰찼다. 간혹 2루를 보기도 했지만, 이젠 사령탑의 기본적인 구상에 당연히 들어가는 선수가 됐다. 올 시즌 141경기서 타율 0.285 10홈런 61타점 68득점 OPS 0.735. 커리어하이다.
서호철은 “아직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다. 득점권 상황서 내 역할을 못한 게 제일 컸다”라고 했다. 실제 올 시즌 득점권타율 0.243이었다. 서호철만 그랬던 게 아니라 NC 타선이 전반적으로 찬스에서 이상하게도 시원한 한 방이 덜 나왔다.
서호철은 “이상하게 올해는 주자 1루에서 땅볼이 많이 나와서 병살타도 많이 쳤다”라고 했다. 실제 15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타석에서 좋은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그래도 득점권에서의 숙제를 안고 2025시즌을 준비한다. 서호철은 “타석에서 너무 욕심을 냈다. 내가 병살타를 쳐도 다른 누군가가 해주면 된다. 내년에 득점권에서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했다.
그래도 타구 방향이 다양화된 게 고무적이다. 서호철은 “작년엔 왼쪽으로, 올해는 오른쪽으로 타구를 많이 보냈다.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다. 몸쪽으로 공이 오면 잡아당기고 바깥쪽으로 오면 결대로 쳤다. 밀어치는 것도 의도적인 게 아니다”라고 했다.
2025시즌 서호철에겐 또 새로운 환경이 찾아온다. 사실 시즌 중 김휘집의 가세로 2루로 잠시 옮기는 등 선수로선 버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서호철은 “아직 한 자리에서 뛰는 것보다 여러 포지션에서 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기회도 많이 찾아오고, 다른 선수들이 체력안배도 할 수 있다. 다방면으로 내야를 볼 수 있는 게 내게 장점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체중을 약간 뺐다. 올 시즌 장타를 의식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불렸다. 그러나 그게 능사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서호철은 “증량을 해서 홈런을 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려면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스피드를 좀 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중이 감소되니 내 몸인 것 같다. 85~87kg가 딱 좋다.
서호철은 공교롭게도 과거 군 복무 기간에 이호준 감독이 1군 타격을 지도하느라, 막상 접점이 많지 않다고. 그는 “이번에 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저만의 성장을 또 하고 싶다”라고 했다.
젊은 팀답게 내년엔 밝은 에너지를 좀 더 내겠다고 다짐했다. 서호철은 “야구장에서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내겠다. 좀 더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박)민우 형이 주장이 됐고, 잘 도와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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