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0점이 아니라 200점을 줘야 한다.”
SBS스포츠 이순철(63) 해설위원이 15일 유튜브 채널 Off the TV를 통해 이날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 한일전을 리뷰했다. 평소에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하는 해설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국은 일본에 3-6으로 패배, B조 1승2패로 도미니카공화국과 공동 4위가 됐다. 2승으로 공동 1위를 달리는 일본과 대만 중 최소한 한 팀을 끌어내려야 극적으로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 18일 호주전을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
사실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5회 곽도규의 투수교체 시점이 패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곽도규가 3사사구를 내주기 전에 바꿔야 했다며,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실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게 이순철 해설위원의 시선이다.
특히 타자들이 일본 선발투수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레곤즈)를 4이닝만에 끌어내린 건 단연 인상적이었다. 다카하시는 올 시즌 12승4패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다.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단 1개의 홈런만 내줬지만, 박동원(이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윤동희는 대타로 동점 2루타를 뽑아냈다. 리드오프 홍창기도 선제 적시타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우선 이순철 해설위원은 곽도규의 3사사구와 류중일 감독의 교체 시점을 얘기하기 전에,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불펜투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물론 젊은 불펜들로 물량공세를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국제대회의 2~3연투는 국내 페넌트레이스의 그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결국 선발투수의 육성 및 성장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또 한번 확인한 셈이다.
타자들은 일본 투수들에게 17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이순철 해설위원은 “인정해야 한다”라면서도 “반대로 일본 타자들이 일본 투수들을 상대했어도 똑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타자들이 못한 게 아니라 일본 투수들의 우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순철 위원은 “선발을 4이닝만에 내렸는데 마무리까지 가는 과정에서 단 한 명도 쉬운 투수가 없었다. 굉장히 타자들이 힘들어했다. 항상 일본투수들을 얘기할 때 하체사용을 잘 한다고 한다. 연투를 해도 공에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 투수들은 우리 투수들과 달리 하체 사용을 너무 잘 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했다.
실제 KBO리그에서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추격조가 나오고, 그러면 타자들이 점수를 더 뽑아내며 일방적 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은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4이닝 2실점한 뒤에도 줄줄이 강한 투수가 나왔다. 한국은 불펜 필승조와 추격조의 갭 차이가 굉장히 크지만, 일본은 거의 없다. 이게 두 국가의 레벨 차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류중일호 타자들이 3점을 뽑아낸 것은 선전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순철 위원은 “그 어려운 상황서도 (파울)커트, (파울)커트를 해냈고, 어떻게든 맞혀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우리 타자들은 100점이 아니라 200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삼진을 많이 당한 걸 논할 게 아니라, 일본 투수들을 만나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히려 이순철 위원은 KBO 기술위원회의 엔트리 선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28 LA올림픽을 겨냥한 세대교체의 연장선으로 준비했다.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한 젊은 주축 선수들에 몇몇 30대 초~중반의 베테랑이 가세했다.
이순철 위원은 “KBO에서 선수들을 구성할 때 2028 LA올림픽을 대비했다고 하는데 4년 후는 4년 후인 것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국제대회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4년 뒤에 어떤 선수가 새롭게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선수구성을 할 때 대회에 충실한 구성을 하면 좋겠다. 그래야 국제대회서 한국야구의 위상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
결국 이순철 위원의 얘기는 프리미어12 정도의 대회라면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닌, 베스트멤버로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 게 옳다는 것이다. 1~2년에 한번씩 치르는 국제대회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채우더라도, 막상 그 선수들이 1~2년 이후 국제대회를 앞두고 리그에서 부진하면 대표팀에 못 가는 게 현실이다. 대표팀 리빌딩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얘기. 그렇다면 베스트 멤버로 임해 얻을 것은 얻고 보완할 점도 찾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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