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웰메이드 수작으로 용두용미의 결말을 남겼다.
15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종회에서는 살인사건 진범을 밝히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장태수(한석규), 장하빈(채원빈) 부녀의 용서와 화해 엔딩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작가, 감독, 배우 3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이친자’는 끝까지 몰입감을 잃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부녀 스릴러’를 완성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9.6% 수도권 9.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8%까지 치솟았다. (닐슨코리아 기준)
하빈을 끝까지 믿으며 사랑했던 엄마 윤지수(오연수)의 진실은 뭉클했다. 하빈이 친구 이수현(송지현)을 죽인 줄 오해하고 시체를 땅에 묻었던 지수. 그 뒤 가려진 진실은 지수가 하빈을 의심하긴 했지만, 딸을 믿으려고 애쓰면서 끝까지 진범을 찾아냈단 것이었다. 진범인 가출팸 숙소 집주인 김성희(최유화)는 그런 지수의 죄책감을 자극해 죽음으로 몰았다. 이후 지수가 남긴 CCTV 영상으로 성희의 죄를 밝힐 수 있었다.
하빈은 엄마를 죽게 만든 성희에게 복수를 하려했지만, 태수가 막아섰다. 태수는 믿고 싶은 대로 하빈을 보고 의심했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하빈에게 동생의 죽음에 대해 다시 물었다. 안 죽였다는 하빈의 대답을 들은 태수는 “그래. 알아. 아빠가 너무 늦게 물어봐서 미안해. 아빠 용서해줘”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제서야 딸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 태수와, 눈물을 글썽이는 하빈의 모습이 울림을 전했다.
그 뒤 태수는 수사를 망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태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객관성을 놓쳤던 이어진(한예리)과, 동정심으로 인해 감정에 치우친 수사를 했던 구대홍(노재원)은 더 나은 경찰이 되기 위한 다짐을 함께했다.
하빈의 옆에 남게 된 태수의 엔딩은 첫 회와 대비된 연출로 여운을 남겼다. 첫 회에서 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멀리 앉았던 부녀는 최종회에서 옆에 함께 앉아 밥을 먹었다. 취조실처럼 차갑고 어두웠던 집안 분위기는 밝게 전환되어 부녀의 모습을 따뜻하게 비췄다. 태수는 전하지 못했던 생일 선물 시계를 건넸고, 부녀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며 엔딩을 맞았다. 마지막까지 완벽했던 웰메이드 작품 ‘이친자’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 한석규의 명불허전 연기 차력쇼와 괴물 신예 채원빈의 발견!
이 작품으로 친정 MBC에 약 30년 만에 복귀한 한석규는 뒷모습, 한숨 소리까지 연기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극을 이끌었다. 딸을 향한 믿음과 의심 사이, 아빠와 프로파일러 사이 혼재된 딜레마를 섬세하게 표현, 시청자들을 태수의 감정에 이입시켰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일지 태수의 의심을 따라가게 만드는 한석규의 연기가 극의 몰입감을 치솟게 했다. 신예 채원빈은 ‘이친자’ 최고의 발견이었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딸 하빈 역에 발탁된 채원빈은 대선배 한석규에게도 밀리지 않는 연기와 서늘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첫 주연작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 이토록 치밀한 극본+연출+연기! 3박자 어우러진 수작!
‘작감배’ 합이 빛났던 ‘이친자’에는 2024년 최고의 작품이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MBC드라마 극본공모전 당선작인 ‘이친자’는 미스터리 속 부녀 서사를 녹인 촘촘한 얼개의 극본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송연화 감독은 인물의 심리와 부녀 관계를 그림자, 오브제 등에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아름다운 스릴러’를 구현한 송연화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은 장면 하나하나 곱씹게 만들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신인 작감 콤비’에 더해, 한석규, 채원빈, 한예리, 노재원, 윤경호, 오연수와 사건 주요 인물이었던 한수아(송민아 역), 김정진(최영민 역), 최유화(김성희 역), 유의태(박준태 역), 작품의 키플레이어가 된 특별출연 유오성(정두철 역)까지 빈틈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극을 가득 채웠다.
# 장르물의 틀을 뛰어넘은 색다른 ‘부녀 스릴러’
‘이친자’는 단순히 범인만 추리하는 장르물을 뛰어넘어, 의심으로 멀어진 부녀의 관계를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부모는 자녀를 가장 잘 안다고 믿고 있지만, 잘못된 믿음과 확신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것을, 태수의 처절한 고군분투를 통해 그려냈다. ‘이친자’는 늘 곁에 있는 가족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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