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드라마 '정년이'와 '정숙한 세일즈'가 같은 시기 종영했다. 당초 방영 전부터 여성 서사를 내세운 드라마가 동시기에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드라마 팬들의 환영을 받은 두 작품이지만, 결말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17일 종영한 tvN '정년이' 최종막은 매란국극단이 재정난에 빠진 가운데 '쌍탑전설' 무대를 통해 새로운 '국극계 황태자'로 거듭난 윤정년(김태리)의 모습을 그렸다. 허영서(신예은)는 오디션 끝에 "네가 진정한 왕자야"라며 윤정년을 인정하고, 서용례(문소리)는 딸의 연극을 지켜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주인공 '윤정년'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으며, 라이벌이던 허영서와 서로를 인정하는 건강한 관계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결말이었으나,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홍주란(우다비)이 결혼으로 인해 매란국극단을 그만둔 점, 매란국극단이 와해되고 그 자리에 요정이 들어선다는 암시를 주며 드라마가 마무리됐다는 점 등을 짚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것이 원작 훼손 뿐 아니라 방영 전부터 내세웠던 메인 테마인 '여성 서사'마저 무너뜨린 결말이 아니냐는 것.
반면 같은 날 종영했던 '정숙한 세일즈'는 4년 후 '정숙한 세일즈'라는 이름의 성인용품 가게를 연 '방판 씨스터즈'의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개업식 가게 앞에는 여전히 '퇴폐업소 물러가라', '패륜 망국 사범 물러가라', '동네 창피하다' 등의 팻말을 든 시위대가 몰려왔지만, 한정숙(김소연)은 "물러날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가로막으면 날아올라서라도 넘어가면 된다"며 가지각색의 풍선을 하늘 위로 띄운다.
얼핏보면 두 드라마 모두 주인공이 자신의 목표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지만, '정년이'는 최종회 방영과 동시에 계속해서 혹평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캐릭터의 결혼'에 의한 결과로 보기엔 어렵다. 작품 방영 초기부터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홍보한 터이기 때문. 그렇기에 이를 기대한 이들이 결혼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한 홍주란 캐릭터,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진 매란국극단에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는 남녀 캐릭터 간의 러브라인이 뚜렷하게 드러난 '정숙한 세일즈'가 비판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방판 씨스터즈'의 서사에서는 인물 간의 사랑이 커리어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으며 주인공들은 경제적 문제에 스스로 대항하고 이를 타파해 나간다. 결국 드라마가 내세웠던 메인 테마를 얼마나 잘 매듭지었는가의 차이가 시청자들의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다만 '정년이'와 '정숙한 세일즈' 모두 여성서사의 가능성을 제대로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소리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고 털어놨으며 김성령은 최근 취재진을 만나 "'정숙한 세일즈'와 '정년이' 모두 잘 되고 있는데, 성공한 예가 있어야 이런 작품을 더 만들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큰 의미를 남긴 듯 하다"며 감회를 전했다. 두 작품 모두 최고 시청률(16.5% / 8.6%, 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린 만큼, 여성 서사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가치가 있다.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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