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삶을 견디는 기쁨 |저자: 헤르만 헤세 |역자: 유혜자 |문예춘추사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날이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오자 생각이 많아진다. 이렇게 또 나이는 한 살 더 먹는데,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막막하기만 하다. 방황하는 청춘, 아니 중년이다.
힘든 시절을 보내는 중년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제목은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청춘 소설의 대표로 꼽히는 <데미안> 저자인 헤세는 사실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시, 그림까지 섭렵한 다재다능한 작가다. <삶을 견디는 기쁨>은 그의 시와 에세이, 그림 모음집이다.
이 책에 실린 시와 에세이는 여러 시기에 걸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가 명확히 표기된 ‘병상 일기’를 기준으로 따져본다면 헤세는 <데미안> 발표 이후에도 프로이트, 융 등 정신분석가에 관심을 갖고 인간 심리를 깊이 탐구했다. 소소한 일상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천착한 주제, 즉 삶의 외로움과 괴로움, 고통에 대한 사색을 거듭하고 이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헤세는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봤다. “고통을 잘 이겨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이라 했다. 그는 불안한 영혼이었지만, 혼돈을 오롯이 받아들이려 했고 결코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괴로움을 “다음 단계에서 느끼는 여러 고민과 충동적 감정, 그리고 조급한 마음으로부터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여기고, 절망을 “삶을 덕망과 정의와 이성으로 살아가고, 책임을 완수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라고 여겼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헤세 관점은 이와 차이가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내 인생을 바라보면 나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또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불행했던 것 같지도 않다. 사실 행복과 불행에 대해 묻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누구나 인생을 돌아보면 즐거웠던 날보다 불행했던 날이 더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헤세는 불안한 영혼이었지만, 삶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 했다. 그리하여 이 책 제목처럼 (고독과 외로움, 고통 속에서도) ‘삶을 견딘다는 것은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다.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생애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라”고 조언한다.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는 책이다. 술술 읽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헤세 시가 마음 깊이 남았다.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주지 않는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안아주리라.
-<절대 잊지 말라> 중에서
이 책 부제는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다. 내게는 힘든 시절“을 보내는” 벗에게 보내는 편지로 다가왔다. 힘든 시절을 보내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북에디터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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