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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선수들의 인생을 바꿀 돈을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사사키 로키가 계약을 매으면 다른 국제 아마추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지난 2022년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고,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전승 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사사키는 올해 18경기에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5을 기록하는 등 4시즌 동안 통산 29승 15패 평균자책점 2.10의 성적을 남긴 끝에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사사키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했으나, 치바롯데 마린스가 허락하지 않으면서 빅리그 입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생애 첫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등 치바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탠 결과 논의 끝에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치바롯데 입장에서는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이유는 사사키의 이적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 사사키는 25세 미만의 선수로 '프로'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로 분류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없다. 반드시 마이너리그 계약만 맺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몸값'으로도 직결된다. 일반적인 포스팅은 몸값에 '한도'가 없지만, 국제 아마추어는 각 구단별로 매년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
미국 'ESPN'에 다르면 국제 아마추어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보너스풀)은 오는 12월 16일 리셋되는데, 사사키는 가장 많은 보너스풀을 보유한 팀과 손을 잡을 경우 최대 756만 달러(105원)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이적에 비해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사사키는 물론 치바롯데에게 떨어지는 금액도 그다지 크지 않다. 때문에 치바롯데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모든 구단이 국제 아마추어와 계약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756만 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사사키를 품기 위해서는 모든 금액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중·남미 유망주들과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756만 달러는 수십 명의 중·남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의 저명기자 켄 로젠탈도 20일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로젠탈은 "사사키 로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즉 사사키와 계약한 팀에 의해 버려질 10대 라틴 아메리카 유망주가 생길 수 있다. 사사키가 보너스풀 리셋까지 기다린다면, 보너스풀 전체를 써서 영입을 추진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라틴 아메리카 선수들과의 구두 계약을 깨트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사사키의 경우 보너스풀 이외의 금액을 통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로젠탈은 "선수들의 인생을 바꿀 돈을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야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 국제 아마추어 선수들과 계약하는 시스템은 오랫동안 망가져 왔다. 팀이 해당 선수에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기 훨씬 전부터 선수들과 구두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금지돼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도적인 문제가 이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 로젠탈의 설명이다. 그는 "사사키를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풀에서 제외한다면, 단 한 번의 예외일지라도 불편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현재 노사협약(CBA)은 2026년 12월 1일에 만료된다. 사사키 정도의 재능을 가진 선수는 향후 2년 동안 없다. 따라서 새로운 노사협약에서 국제 드래프트에 대해 합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사키에 대한 예외를 두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옵션도 있다. 다른 29개 구단의 보너스 풀을 늘려서 피해를 본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완벽한 답은 없지만, 야구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사키의 빅리그 입성이 입박한 가운데 현행 제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사키를 품에 안는 구단이 보너스풀을 모두 쏟아부을 경우 중·남미 유망주들 수십 명이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빅리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 막힐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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