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아니, 오른손을 보라고요. 어디 애먼 데 보지 말고.”
기타 선생님이 말했다. 지난 2주간은 오른손 스트로크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코드를 짚는 왼손에 비해 오른손 움직임은 나은 편이었지만, 매우 상대적으로 그러하다. 업 스트로크 할 때면 손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박자를 놓치거나 괴상한 소리가 나곤 했다.
기타 선생님은 메트로놈을 켜고 4비트, 8비트, 16비트로 업다운 스트로크를 반복시켰다. 4비트, 8비트까지는 선생님을 따라 어느 정도 쫓아가는 듯했다. 16비트가 되자 달라졌다. 박자를 쫓아가기도 버거웠다. 나름 최선을 다해보지만 어느새 메트로놈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박자와 따로 놀고 있다.
“박자는 맞춰야죠. 메트로놈 소리에 집중해요. 눈으로는 오른손 움직임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모든 줄 소리가 고르게 나는지 확인하고요.”
그러자 나도 모르게 눈이 선생님 어깨 너머 메트로놈의 깜박이는 불빛을 향했다. 지독히도 리듬 감각이 없는 내가 메트로놈 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 한 결과다. 하지만 이게 선생님 눈에는 어디 엉뚱한 데 한눈파는 걸로 보였나보다.
아니 선생님 제가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메트로놈 소리를 잘 지각하지 못하는 것을요. 게다가 저의 주의 집중력은 시각과 청각으로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인간은 어떤 소리가 나면 시선이 소리가 발생한 쪽으로 저절로 향한다. 연구에 따르면, 청각과 시각의 감각 채널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감각 정보가 뇌에 도달했을 때는 통합적으로 지각된다. 어떤 자극에 대해 한 가지 채널 감각 정보가 주어진 환경에 비해 두 가지 이상 채널의 감각 정보가 동시에 주어졌을 때, 대상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지각해낸다.
다시 말해, 청각과 시각의 상호작용은 몰입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과 청각은 저절로 발달하지 않는다.
<내게 없던 감각> 저자 수전 배리에 따르면 인간은 생후 6개월까지 시력이 빠르게 발달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물을 인식할 순 없다. 제대로 된 시력을 얻기 위해선 주변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과 실험이 필요하다. 청각을 얻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지각적 편향과 지각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각자의 감각과 행동을 인도하는 동시에 제한한다.” 또한 “각자의 환경, 필요, 전문 지식에 맞추어 감각 체계를 계속 조정한다.”
짧지 않은 시간 북에디터로 살아오며 나는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많은 청각 자극을 무시하고 살아왔다. 애초에 리듬감이 부족한 데다 청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살아왔으니 메트로놈 소리도 잘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겠다.
이제부터라도 기타를 더 잘 치려면 청각 자극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이지 배움엔 끝이 없다. 대체 기타는 언제쯤 잘 치게 될까.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