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배우 송승헌이 '히든페이스'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언뜻 보면 그동안 연기해 왔던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인물인 걸 알 수 있다. 송승헌이 내면에 욕망을 품고 있는 성진으로 분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히든페이스' 주역 송승헌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20일 개봉한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 송승헌은 '인간중독'(2014)에 이어 김대우 감독과 재회했다.
"'인간중독' 때도 좋은 기억만 남아있어요. 너무 신뢰하고 좋아하는 감독님이죠. 오랜만에 작품 준비하신다는 걸 듣고 감독님 만나기 전부터 하겠다고 했어요."
송승헌은 수연의 약혼자이자 지휘자 성진을 연기했다. 성진은 약혼자 수연이 사라진 사이, 수연의 후배 미주와 바람을 피운다. 송승헌은 성진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에 비해 현실적인 남자다. 욕망은 있는데 아닌 척한다"면서 "부잣집 딸을 만나서 신분 상승했지만 미주를 만나게 되면서 욕망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저는 늘 정의롭고 멋진 캐릭터를 해왔어요. 그런데 '히든페이스'에선 속물 같기도 하고, 욕망덩어리 같기도 한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같다는 말이 기분 좋더라고요(웃음)."
송승헌은 지휘자인 성진을 연기하기 위해 레슨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첼리스트를 연기해야 하는 조여정, 박지현에 비해서는 쉬울 거라 생각했다고. 송승헌은 "감독님이 진짜 지휘자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일주일 레슨을 받았다. 바로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모든 음악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더라고요. 평소에 클래식을 잘 듣는 편이라 아니라 힘들었어요. 촬영하는 동안은 슈베르트 곡만 들었습니다. 제 손짓 하나에 음악이 나오고, 못하면 음악이 느려지고 지휘라는 게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앞서 조여정과는 '인간중독'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인간중독'에서는 사랑 없는 부부였다면, '히든페이스'에서는 결혼을 앞둔 연인으로 등장했다. 공통점은 두 작품에서 모두 바람을 피운다는 것. '인간중독'에서는 부하의 아내인 임지연과, '히든페이스'에서는 약혼녀의 후배인 박지현과 위험한 관계를 맺는다.
"조여정 씨는 베테랑이에요. 저보단 후배지만 현장에서 상대방을 든든하게 만들어주죠.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다녀왔으니 묻어가야겠다고 농담하면서 촬영했어요(웃음)."
송승헌은 박지현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지현의 출연 소식을 들은 뒤 공포영화 '곤지암'을 보게 됐다고. 송승헌은 "신인이지만 연기를 오래 준비했던 친구더라. 수줍음이 많은 친구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확 변했다"고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박지현과의 베드신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드신을 위해 3주간 견과류를 먹으며 버텼다는 송승헌은 "'인간중독' 때도 마찬가지지만, 김대우 감독님 작품이 아니면 못 했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감독님이 기존에 하셨던 작품들을 보면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니에요. 그런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이 설득력 있게 영화를 만드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편하고 자신감 있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배우보단 부담도 덜 하죠."
송승헌은 '인간중독'을 통해 작품의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인간중독' 개봉 당시 그의 나이는 38살. 송승헌은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불륜이지 않나. 더 어렸을 때 그 작품을 선택했다면 '굳이 불륜 연기를 왜?'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중독'이 전환점이 됐다는 그는 "나이가 드니까 그런 연기도 해보고 싶어졌다"며 "'인간중독' 이후 작품을 선택할 때 마음이 열린 상태로 하게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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