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HD현대, K-조선 '원팀' 공감대
양사 고소·고발 취하…KDDX 경쟁은 여전
KDDX 연내 수주 확정 사실상 물거품…내년에나 가능할듯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를 향한 고소와 고발을 모두 취하했지만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양사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전날(25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5월 회사가 한화오션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 건에 대한 취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냈던 고발장을 취소한 데 대한 화답이다.
양사는 올해 초부터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KDDX 사업 선정 방식에 대립하며 1년 넘게 고소·고발을 이어왔다.
이들의 법적 공방이 시작된 건, 지난해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방위사업청이 청렴 서약 위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을 허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행정지도에 반발한 한화오션은 3월 초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개입했다는 증거인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하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록 공개를 통해 자사 직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화오션 측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맞고소했다. 이후 공방이 지속되면서 두 기업 간의 갈등은 격화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양사는 최근 호주 정부의 10조원 규모의 군함 수주전에서 최종 후보(쇼트리스트)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일각에선 개별적으로 참여한 양사의 화력이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뭉쳐 총력전을 펼친 독일과 일본에 비해 분산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이 교감을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양사는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KDDX 사업을 넘어 합산 규모 80조에 이르는 캐나다(70조원)·폴란드(3조원)·필리핀(2조원)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손을 잡아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캐나다, 폴란드 등 조단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원팀' 전략을 형성한 것과는 별개로 KDDX 사업 건조업체 지정에 대한 경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에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산 업체 지정 신청'을 냈다.
한화오션은 고발은 취하했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토대로 경쟁 입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원칙대로 자사가 독자 건조해야 한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위한 실사 단계를 진행 중이다. 당초 7월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으나 소송전 등을 거치며 4개월 이상 지체됐다. 이 때문에 방산업체 지정이 한달 남짓한 기간 마무리 되더라도 KDDX 수주 확정은 물리적으로 내년으로 미뤄지게된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KDDX 수주를 두고 소송전까지 벌이다가 결국은 '치킨게임'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편 것 같다"며 "향후 법적 소송은 중단됐으나 최종 사업자 선정까지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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