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법원 “다툴 여지 있어…방어권 보장 필요”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26일 서울남부지법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나 구체적인 가담행위에 관한 검찰의 증명 정도에 비춰 보면,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일부 진술이 거짓으로 보이거나 과거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추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승인된 4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대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거나 담보와 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은 데에 손 전 회장의 영향력이 미친 것으로 보고 구속이 필요하다고 봤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번 수사는 지난 8월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로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 외에도 1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는 일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후임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은행장 등 현 경영진도 부당대출에 연관됐는지 수사 중이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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