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보기 좋은 입문작이 나왔다. 공이 네트를 넘어 상대편 코트에 꽂히는 것처럼 기분 좋은 통쾌함이 107분의 러닝 타임 내내 지속된다. 관객들을 순식간에 코트 한복판으로 안내하는, 국내 최초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1승'(감독 신연식) 이야기다.
영화는 인생도, 커리어도 시원하게 풀린 적 없는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은퇴 후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까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던 와중에 프로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 제안을 받게 된다. 김우진을 감독으로 호출한 건 다름 아닌 핑크스톰의 새 구단주. 에이스 선수들의 이적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핑크스톰을 단지 싸다는 이유로 인수한 재벌 2세, 괴짜다.
그런데 새로 온 구단주가 좀 이상하다. 명색이 구단주인데 배구의 'ㅂ'자도 모르고, 재벌식 비즈니스로 자꾸만 뭘 바꾸려 든다. 심지어 시즌 통틀어 1승만 하면 상금 20억을 주겠다는 파격 공약까지 내세우는데. 김우진은 위기의 핑크스톰을 이끌고 1승을 얻어낼 수 있을까.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1승'은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단순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해체 위기의 배구팀이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1승을 얻어낸다는 뻔한 스토리다.
그런데 단순해 보이는 이 스토리에 '1승'의 재미포인트가 곳곳에 담겨있다. 손발도 맞지 않던 선수들이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몰입감 있게 그려지고, 진정한 스승으로 성장해 나가는 김우진의 서사가 뭉클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실제 일어날 법한 선수 사이의 트러블, 팀 내 따돌림 문제 등을 집어넣어 현실감을 살렸다.
화면을 뚫고 나오는 생생한 현장감은 '1승'의 무기다. 토스, 스파이크, 리시브, 블로킹 등 경기 기술을 다양한 카메라 앵글로 담아내는데, 마치 눈앞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듯하다. 실제 경기를 큰 화면으로 즐기는 기분이랄까. 배구를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송강호, 박정민, 장윤주 등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송강호는 퇴출부터 파면, 파산, 이혼까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실패는 모두 섭렵한 김우진 감독에 완벽히 동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표정, 제스처, 말투 등 김우진이라는 사람이 실존하는 듯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오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평범한 대사도 맛있게 살려내는데, 이 부분 웃음 타율이 꽤 높다.
박정민은 뻔하지 않은 연기로 영화의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흔한 재벌 캐릭터가 아닌 자기만의 색을 입혀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여기에 핑크스톰 선수단을 연기한 장윤주(방수지 역), 이민지(유키 역), 신윤주(강지숙 역), 시은미(이민희 역), 장수임(오보라 역), 차수민(유하니 역), 송이재(안소연 역)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 완벽한 경기 장면을 구현해 내기 위해 수개월간 트레이닝을 진행한 이들의 노고가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1승'은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다. 우승 가능성이 없는 해체 직전의 팀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 깊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배우 조정석, 배구 여제 김연경, 김세진 감독, 신진식 감독, 한유미 해설위원, 이숙자 해설위원이 특별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인생에서 단 한번의 1승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는 신연식 감독의 연출 의도가 잘 묻어 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1승'이다.
12월 4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 12세 관람가.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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