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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가족들도 걱정했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 홈 맞대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계엄령을 겪은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우승'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5일 경기 전까지 파죽의 11연승을 질주했다. 그리고 이날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21-25 22-25 25-20 25-16 15-9)로 무너뜨리며 12연승 달성에 성공했다. 이제 구단 최다 연승까지는 2승, 리그 신기록까지는 4연승만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자칫 이날 경기는 열리지 않을 뻔했다.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었다. 많은 국민들도 공포에 떨었던 시간. 외국인 입장에서는 더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이 겪은 계엄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11연승으로 좋은 출발을 했지만, 자칫 시즌이 끝날 뻔했다'는 질문에 "지금 연승을 하고 있어서, 농담으로 '우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아본단자 감독은 "이 사태에 대해서 알고 있다. 이탈리아 대사관으로부터 메시지도 받았다.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스페인에서는 '돌아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더라"며 "이탈리아 대사관에서는 '집회나 사람이 모든 곳을 조심해라'는 연락이 왔다. 가족들도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비상 계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해지됐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 2분 재적 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을 바탕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시켰고, 윤석열 대통령도 새벽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계엄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아본단자 감독도 5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고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흥국생명은 사령탑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쪽에도 외국인이 많은 편이다. V-리그에 있는 모든 팀 중에서 가장 외국인 비율이 높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을까. 사령탑은 "타 국가는 이탈리아와 다르게 대응을 한 것 같더라. 터키나 뉴질랜드 쪽은 잘 모르겠다. 나도 터키 영주권이 있지만, 따로 연락을 받은 것은 없었다"며 "다른 선수, 코치들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날 IBK기업은행을 잡아낸 흥국생명은 2007-2008시즌 작성한 단일 시즌 구단 최다 연승(13연승)을 경신하는 것까지 단 2승만 남겨두게 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불행하게도 지난주 완전체로 훈련을 못했다. 조금 더 쉬어주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 경기를 시작했을 때 그런 부분이 잘되지 않았다. 경기 준비 자체를 원하는 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세트 블로킹과 수비가 안 됐는데, 베스트 경기라고는 말할 순 없지만, 이 부분이 잘 되면서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특히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2라운드가 종료된 시점에서 단 1승이 많을 뿐이지만, 지난해보다 승점을 훨씬 많이 쌓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시즌의 경우 풀세트까지 가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전체적으로 16명의 교체가 있었다. 완전히 다른 팀"이라며 "지금 피지컬적인 이슈가 있으나, 1~2라운드 전승을 한 부분에서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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