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시조시인·여행작가 신양란] 2015년 7월 독일에 갔을 때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디.
포츠담이란 도시는 나에게 ‘포츠담 회담’, ‘포츠담 선언’이란 용어 때문에 친숙한 이름이다. 그래서 포츠담 선언의 구체적 내용은 잘 모르면서도 그곳이 베를린에서 전철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사실에 나는 당연히 그곳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베를린에 가면 전철을 이용해 돌아다닐 터이니, 하루 날 잡아서 그곳에 가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그해 여름 여행은 이스탄불, 비엔나, 프라하, 베를린을 순서대로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 프라하를 떠난 유로버스가 우리 부부의 마지막 목적지인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에서 수행할 첫 번째 미션은 베를린 웰컴 카드 구매였다. 베를린 여행자를 위한 베를린 웰컴 카드는 교통 카드와 박물관 입장권이 합쳐진 서비스다. 단지 이용 기간별로 금액이 다르다는 사실만 출발 전에 알아 둔 상태였는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은 생각 못했다.
나는 창구에서 이용 기간이 제일 긴 5일권을 달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베를린을 돌아다닐 예정이므로 이용 기간이 긴 카드를 쓰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직원이 뭔가를 물었는데,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를 못해 무조건 “Yes!”라고 대답했다. 직원은 34.5 유로짜리 카드 두 장을 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이용해 호텔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여 호텔에만 무사히 도착해도 한시름 놓게 되므로, 나는 꽤 뿌듯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텔에 들어가 숨을 좀 돌린 다음 카드 사용 방법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산 카드는 A, B 존을 5일 동안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인데, 포츠담은 C 존에 있는 게 아닌가. 즉, 포츠담에 다녀올 예정인 우리는 A,B,C 존을 다닐 수 있는 39.5 유로짜리 카드를 사야 했다. 대부분 여행자가 A, B 존을 중심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카드 판매 창구 직원이 내게 A, B 존 카드를 원하느냐고 물었던 모양인데, 내가 무턱대고 “Yes!” 해버린 결과였다.
그러면 내가 산 카드로는 포츠담에 갈 수 없단 말인가? 이 문제를 놓고 인터넷에 들어가 무수히 검색한 끝에, 구간 연결권(Anschlussfahrausweis)을 사면 A, B 존 카드를 가지고도 포츠담에 다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간 연결권 가격이 1.6 유로라니, 도리어 돈이 절약되는 모양이라고 기뻐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구간 연결권을 산 우리는 포츠담행 전철에 올라탔다. 중간에 검표원이 와서 표를 보여 달라고 했을 때, 당당하게 보여준 것은 물론이다.
포츠담 중앙역에 내려 상수시 궁전에 갈 때도, 상수시 궁전에서 체칠리엔호프 궁전으로 갈 때도, 다시 포츠담 중앙역으로 갈 때도 우리는 구간 연결권을 믿고 떳떳하게 버스를 이용했다.
나는 진짜로 구간 연결권이 A, B 존 카드를 A, B, C 존 카드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포츠담 관광을 다 마친 다음 포츠담 중앙역으로 갔다. 이제 베를린행 전철에 오르면 된다. 그때 문득 ‘베를린에서 산 구간 연결권으로 포츠담에서 베를린 가는 것도 해결이 될까? 혹시 포츠담에서는 따로 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남편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안내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구간 연결권은 100분 동안만 유효하다는 설명이었다. 그 순간 ‘어쩌면 구간 연결권은 단지 베를린에서 포츠담까지만 연결해주는 것이고, 포츠담에서는 따로 교통 패스를 샀어야 하는 건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과연 그 생각이 맞았다. 어처구니없게도 용감무쌍하게 포츠담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버스 기사들이 ‘저런 중늙은이들이 설마 무임승차를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검표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버스 요금의 20배쯤 되는 벌금을 물어야 했겠다.
그런 사연으로 우리는 포츠담에 빚을 지고 왔다.
|신양란. 여행작가, 시조시인. 하고 싶은 일, 즐겁고 행복한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 저서로 <여행자의 성당 공부><꽃샘바람 부는 지옥><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이야기 따라 로마 여행>등이 있다.
여행작가 신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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