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반도체사업 진출 '50돌'…AI 메모리 초격차 재현 드라이브
30년 세계 1위 삼성전자 반도체, HBM 주도권 밀려 '흔들'
인사·조직 새단장…HBM 수장 전영현의 입에 쏠린 시선
확실해진 '파운드리' 시대…한진만·남석우 '투트랙' 가동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6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 1등''최초'의 온갖 수식어가 붙는 삼성전자였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반도체 50주년을 맞아 'DS인의 일하는 방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50년을 이끌 업무 방식 등을 제시하며 반도체 50주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심기일전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별도의 행사 없이 조직 정비와 내년도 사업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74년 사재(私財)를 털어 웨이퍼 가공업체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한국반도체 인수 직후 삼성 반도체 매출은 1975년 2억원에 불과했지만 1986년 1000억원을 돌파했다. 1991년 1조원을 달성, 2022년에는 사상 최대인 98조원을 기록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반도체 매출이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듬해인 1993년 글로벌 메모리 1위를 차지한 이후 30여년간 이 자리를 수성해 왔다. ▲1994년 256Mb D램 세계 최초 개발 ▲2002년 낸드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2011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D램 양산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수직구조 1세대 V낸드 양산 ▲2016년 세계 최초 10나노급 D램 양산 등의 기록을 써내렸다. 2022년에는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지난 4월에는 업계 최초로 1Tb(테라비트) TLC 9세대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삼성이지만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메모리사업부에서 시작됐다. 2019년 HBM 전담팀을 해체한 것이 발단이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에 필요한 D램 필요성이 커졌고 HBM이 D램의 중심에 섰다. 사업성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삼성과 달리 SK하이닉스는 꾸준히 HBM사업을 키워왔다.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은 AI 시대를 맞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AI 반도체 시장에서 적기를 놓친 삼성전자만 '나홀로 겨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선두를 지키던 삼성전자가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실기하면서 변화된 AI 시대 반도체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가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5월 이례적으로 DS부문장을 교체했고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부회장이 HBM개발팀을 부활시키고 D램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부사장을 책임자로 발탁했다.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적자가 지속되는 파운드리 사업 전략도 수정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인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영업과 기술개발으로 나눠 두 명의 사장을 배치하는 등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뒤처진 만큼 AI반도체 개발에도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종합기술원(SAIT) 산하에 있던 AI센터와 DS부문 내 혁신센터를 통합해 'AI센터'를 신설했다.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부사장이 신임 AI 센터장으로 선임됐다. 이곳에서는 AI 시장 수요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조직을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전담 조직으로 각각 나눠 사업별 공정 기술 전문성을 높였다. '미국통'인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기술통'인 남석우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배치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시장 수요가 많은 3나노 공정에서 글로벌 고객사 확장과 함께 선단공정 기술확보를 통해 제조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R&D 투자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8조8700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다.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기흥캠퍼스에 새로운 R&D 단지 'NRD-K'를 조성한다. NRD-K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로 근원적 기술 연구부터 제품 개발까지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고도의 인프라를 갖춘다는 목표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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