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 확대·적정인원 배치·고용 안정화 시급
창립 30주년…‘근로자 건강 파수꾼’ 보건관리자 8000여명 회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헬스케어 접목해 근로자 안전 향상”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근로자 1000명당 보건관리자 1명 배치돼야 합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을 확대하고 적정한 인원을 배치해야만 근로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간호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근로자 건강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1997년 분당 삼성플라자 백화점에서 보건관리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후 안전 외길을 걸어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재해예방보상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020년부터 한국직업건강협회의 수장으로 활동 중이다.
협회 설립 당시 오피스텔에 직원이 한 명이던 시절을 회상한 김 회장은 “대한민국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협회가 지난 30년 동안 쉼 없이 노력한 결과, 오늘날 임직원이 200여명으로 늘어나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깊은 감회를 전했다.
김 회장은 “‘근로자 건강 파수꾼’인 보건관리자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3가지가 선행돼야 한다”며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 확대, 적정 인원 배치, 고용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사업지원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업종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경우 근로자 4999명까지는 보건관리자 한 명이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수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건관리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는 위험성 평가에 관한 보좌 및 지도·조언, 사업장 보건교육계획의 수립, 가벼운 부상에 대한 치료, 응급처치 등 전문적인 업무를 포함해 14가지로 다양하다. 이처럼 이미 기존에도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보건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다. 관리 대상 인력이 많아질수록 업무 수행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 보건관리자 1명이 수많은 인력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다.
김 회장은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 확대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도 적극 공감하며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기정사실”이라며 “협회는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근로자 1000명당 보건관리자 1명이 배치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변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 현장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형과 최대 10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이에 발맞춰 협회는 내부 운영체계 개편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 건강증진 지원과 기업과 근로자의 안전보건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협회는 사업의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사업국을 중소기업지원국과 건강증진국으로 분리했다”며 “이는 중소기업지원국에서는 전국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작업환경관리, 작업관리, 건강증진 사업 등 안전보건기술에 중점된 사업을 수행하고, 건강증진국은 근로자 건강증진향상을 목표로 근로자의 건강관리 및 기업맞춤형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등 특화된 사업을 운영하며 각국에서 더욱 전문화된 근로자의 건강증진 확보에 전념하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증진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감정노동예방 교육과 힐링 프로그램, 간호전문인력을 활용한 건강검진 사후관리’등 개별 근로자들의 신체적·정서적 1:1 맞춤형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다.
김 회장은 “2021년 협회에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며 “모바일 앱을 활용해 직무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고 AI 기반 개인별 건강관리 솔루션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기술을 여러 우수한 민간기업과 협력해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현장의 보건관리자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직업건강안전연구소에서는 VR을 이용해 밀폐공간 질식재해와 같은 산업재해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 중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30주년을 되돌아보며 “협회의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직업건강 분야의 본질과 기준을 철저히 따르며 체계적으로 운영했고 그 결과 직업건강 분야에서 직업건강협회가 전문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최고점 대비 10배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산업재해 발생률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의 산업재해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안전보건 문화 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하며 안전보건 문화를 선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한 “협회는 보건관리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증진 사업 시 현장에 안전보건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94년 설립된 협회는 고용노동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근로자 건강증진을 도모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현재 80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협회는 보건관리자 역량 강화를 위해 직무교육, 전문화교육, 월례특강을 비대면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연간 2400명 이상의 보건관리자가 교육을 통해 안전보건 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이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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