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 정도면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속담이 딱 떠오른다.
NC 다이노스에서 두산 베어스로, 두산 베어스에서 SSG 랜더스로, 그리고 SSG 랜더스에서 키움 히어로즈로. 오른손 외야수 강진성(31)은 ‘자기 객관화’ 능력이 상당한 선수다. 알고 보니 더 이상 야구를 하지 못할 것에 대비, 올 시즌을 치르면서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SSG에서 방출되자마자 키움의 연락을 받고 새 야구인생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강진성은 그 어떤 구단도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은퇴할 각오를 했다. 알고 보니 2023시즌을 치르면서 지도자 자격증 준비를 병행했다. 야구선수라면 시즌 중 월요일에 쉬지만, 강진성에겐 사치였다. 월요일 휴식을 반납하면서 인천과 서울 목동구장을 오가며 지도자 자격증을 따냈다.
강진성은 최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짜 지도자 해야 하나 싶었다. 야구를 되게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나처럼 빛을 못 보고 힘들어 하는 애들은 내가 도와줘야 되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지도자 준비를 했다. 그 것만으로 행복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진성은 “진짜 자격증을 땄다. 7월에 목동구장에서 취득했다. 2급 지도자를 따야 아마추어에서(초, 중, 고, 대학교에서 코치) 할 수 있다. 월요일 쉬는 날에 가서 면접보고 그랬다. 프로 3년 이상이면 면접만 보면 되는데 3~4개월간 카페에서 계속 공부하고 준비하고 그랬다”라고 했다.
강진성은 올해 SSG 1군에선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숭용 감독이 부임하고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하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많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그렇게 많은 경기에 나가지는 못했다. 강진성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막연히 ‘나중에 뭐 먹고 살지?’가 아니라, 실제로 지도자 준비를 했다.
강진성은 “아버지(강강회 심판) 조언이 컸다. 저보다 야구 판에 오래 계셨고 발도 넓으시다.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야구 얘기는 많이 안 하셨는데, 방출될 것 같다고 하니까 무덤덤하게 기회가 오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다른 것을 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키움이 부르지 않았다면 정말 아마추어에서 발로 뛰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보려고 했다. 강진성은 “우승도 해봤고, 주전도 해봤다. 서른 줄 돼서 다른 팀에 가서 2군 생활을 하며 서러움도 겪어봤다. FA 빼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이게 나중에 지도자를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라고 했다.
2군 선수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강진성은 “내 경험을 토대로 얘기를 해줄 수도 있다. 솔직히 각 구단에서 선수가 6~70명씩 있는데 주전은 9~10명이다. 나머지는 다 힘들다. 야구가 안 풀려서 2군에서도 못 나가는 선수를 많이 봤다. 그런 애들한테 조언도 해주고 따뜻한 말도 해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강진성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는 역시 2020년 NC 다이노스 시절 이동욱 전 감독, 이호준 현 감독이다. 그는 “한창 좋았을 때인데, 이동욱 감독님과 이호준 감독님, 채종범 코치님까지 이 세 분 때문에 내가 진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이 도와줬다”라고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야구에 이렇게 진심이니 키움이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줬다. 강진성은 “그래도 주변에서 선수를 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하고,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젠 정말 후회 남기지 않으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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