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최병진 기자] 당장의 위기는 넘겼으나 지금부터 본격적인 갈림길이다.
전북 현대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1차전에도 2-1 승리를 거둔 전북은 합계 스코어 4-2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전북에게는 잊을 수 없는 치욕과 같은 시즌임에 분명하다. K리그 최다 우승(9회)의 명가는 시즌 내내 ‘몰락’과 한 몸이 됐다. 그만큼 잔류가 다행인 시즌이었다.
모든 전북 구성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은 김두현 감독은 잔류를 확정한 후 “죄송스러운 일이다. 다시 우승경쟁을 하는 팀이 되도록 올시즌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진과 만난 이승우는 “전북은 절대 이 경험을 해서는 안 되는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전북 구단 관계자 또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락의 요인은 다양하다. 먼저 감독 교체가 잦았다. 주제 모라이스 감독을 시작으로 김상식 감독, 김두현 감독 대행, 단 페트레스쿠 감독, 박원재 감독 대행까지 근 5년 안에 사령탑 변화가 계속됐다.
최강희 감독 장기 집권 체제로 K리그 최강팀 반열에 오른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감독이 자주 바뀌는 팀은 공통적으로 스쿼드의 일관성이 사라지게 된다.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쓴 것도 아니다. 전북은 언제나 선수 영입을 주도하며 K리그에서 잘한다 싶은 선수들을 쓸어 모았다.
문제는 방향성 없이 ‘이름값’에 집중했다는 것.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K리그 득점왕 티아고와 에르난데스로 외국인 공격수를 보강했고 권창훈, 김태환, 이영재 등을 데려오며 스쿼드를 강화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처참했다.
김 감독이 부임한 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기조는 동일했다. 폭풍 영입을 목적으로 이승우, 안드리고, 전진우, 한국영, 김태현 등 8명을 영입했다. 일단은 선수 영입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여름 영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전진우, 한국영, 김태현 등은 김 감독 체제에서 주축 자원으로 활약했고 군에서 복귀한 김진규, 김준홍의 존재감도 빛이 났다.
결과적으로는 잔류에 성공했지만 승강 PO까지 추락한 모습은 분명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구단 관계자까지 승강 PO를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방향성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
FC서울은 2018년에 승강 PO를 경험한 뒤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당시 서울 구단의 반응도 전북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파이널B에 머문 뒤 올시즌에 김기동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야 5년 만에 파이널A에 진입했다.
수원 삼성은 더 최악의 경우다. 2022년에 승강 PO에서 살아남은 수원은 다음 시즌에 최하위에 머물며 결국 올시즌을 K리그2에서 보냈다. 한 시즌 만에 승격을 외쳤지만 다음 시즌도 2부 리그에 머무는 현실이다.
전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단순한 비교지만 올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2부 리그로 떨어진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가 유일하다. 올바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에도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는 보다 명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기다.
전북은 올시즌 저조한 경기력과 함께 구단 내부의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단 불화설과 함께 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더욱이 김 감독은 저조한 성적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몇 차례 적절치 못한 인터뷰로 팬들의 분노를 더 크게 만든 적도 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된 결과가 바로 지금의 모습이다. 명가의 자존심과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김 감독의 거취 등 단편적인 부분부터 구단 내부 문화 등 폭넓은 범위까지 냉철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198억767만7천원. 전북의 지난 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이다.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올시즌 성적은 아래서 3번째였다. 전북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전주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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