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KB(18%)·신한(10%)·하나(13%)·우리(11%) 하락
외국인 투자자, 3일만에 금융업종 7096억원 순매도
현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 상실 우려 직면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비상계엄 선포·탄핵정국 속 현 정부 밸류업 정책 최대 수혜주로 뽑혔던 금융지주가 폭락하고 있다. 비상계엄 리스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되며 국내 정치 불안이 확산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이탈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재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탄핵 부결 시 코스피 지수가 2300~2600 내외를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4대 금융지주인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보다 각각 2.93%, 1.17%, 5.92%, 5.44%씩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4거래일 만에 KB금융(18.18%), 신한지주(10.10%), 하나금융지주(13.33%), 우리금융지주(10.98%) 모두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조85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순매도는 4일 2551억원, 5일 2786억원, 6일 1759억원으로 총 7096억원을 팔아 치웠다. 2024년 들어 금융업종 순매도가 이틀 연속 2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금융업종 중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4대 금융지주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비상계엄 사태 전인 지난 3일과 비교하면 6일 종가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8.14%→77.19%, 신한지주 61.09%→60.62%, 하나금융지주 68.29%→68.14%, 우리금융지주 46.11%→45.84%로 일제히 감소했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미스트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사라질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현재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부결과 정부·여당 간 내각 구성에서 여야 대치 및 국민 저항이 확대되는 상황을 제시하며 “국정동력 약화는 불가피하고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부존자원 시추 사업(대왕고래),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방산 수출 정책에 우려감 부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연말까지 금융시장 변동성 장세 반복이 불가피하고 트리플(주식, 채권, 외환) 약세의 추세 전환에도 한계가 예상된다며 코스피 지수 2300~2600 내외 등락을 전망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을 나란히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4.32포인트(5.19%) 떨어진 677.15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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