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발에서 뚝 소리가 났다.”
2024시즌 후 SSG 랜더스에서 방출, 키움 히어로즈와 전격 계약한 우타 외야수 강진성(31). 지금까진 NC 다이노스 시절이던 2020시즌 ‘원 히트 원더’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2년 4라운드 33순위로 NC에 입단한 뒤 수년간 고전하다 2020년에 121경기서 타율 0.309 12홈런 70타점 OPS 0.814로 팍 튀어올랐다.
이후 다시 4년 연속 타율 1~2할대, 10홈런과 40타점 미만에 그쳤다. OPS 0.7을 채우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가 2022시즌을 앞두고 FA 박건우의 보상선수로 영입했다. SSG는 2023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그러나 강진성과 두산, SSG는 인연이 아니었다.
강진성이 2020시즌에 맹활약한 건, 스프링캠프까지 마치고 돌아오니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5월로 미뤄진 게 전화위복이었다. 당시 캠프까지 다녀와놓고도 자신의 타격자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결국 이동욱 전 감독, 이호준 현 NC 감독의 도움으로 레그킥을 버리고 노스텝을 장착했다. 그렇게 ‘1일1깡’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여기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최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개인훈련을 하던 강진성은 “주위에선 ‘이렇게 잘 치면 내년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그랬다. 진짜로 내년 걱정을 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잘 하던 와중에 왼발이 심하게 아팠는데 참고 계속 했다. 참고 계속 해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다”라고 했다.
이미 불운의 신호가 2020시즌 도중에 들어왔지만, 참고 버티는 오판을 범했다. 노스텝으로 치지만 미묘하게 움직이면서 리듬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왼 발이 아프니 힘을 주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좋았던 타격 리듬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20시즌도 중반까지 미친 듯이 쳐서 그렇지, 후반기엔 그래프가 다소 떨어졌다. 강진성은 부상 시점을 2020년 8월의 언젠가로 추정했다.
강진성은 “아픈 걸 참고 치는데 (방망이가)헛돌더라. 그래도 어부지리로 한국시리즈까지 하니까 되더라. 우승하니까 좋잖아요. 어떻게 힘들게 얻은 자리인데, 이거 내가 참고 해야겠다”라고 했다. 구단에도 숨기고 2020시즌을 완주했는데, 여기서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버티기’를 선언했다. 이게 오판이었다.
강진성은 “발에서 '뚝' 소리가 났다. 한국시리즈 6차전이었다. 우승하고 2~3일 쉬니까 걸을 만했다. 그때 수술을 해야 했다. 시즌 중에 혼자 밤 10시에 몰래 트레이너실에 가서 막 치료하고 그랬다. 피로 골절로 실금이 간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병원에 가니 의사가 핀을 박고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5개월(결장)인데, 안 된다 싶었다. 어떻게 해도 하면 되겠지 싶어서 참고 계속 했다. 그것 때문에 2021년 캠프에서 러닝도 타격훈련도 많이 못했다. 그리고 아프니까 다른 폼을 찾게 되고. 더 불안해졌다”라고 했다.
강진성은 분명 오판했다. 그러나 심정은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데뷔 후 8년을 2군에서 무명으로 버텼다. 어떻게 얻은 1군 주전인데 이대로 수술하고 5개월간 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몰래 하다가 2021시즌이 개막했다. 공도 안 잡히고 폼도 무너졌고, 그래서 5~6월 정도에 구단에 말을 했다”라고 했다. 거의 다치고 1년을 참다가 구단에 실토한 것이었다.
NC는 곧바로 강진성을 병원에 보냈다. CT를 찍은 결과 3개월 결장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강진성은 “못해도 올 시즌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다 나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1달 정도 쉬고 복귀했다. 2021시즌이 끝났고, 수술해야 겠다 싶어 서울에서 병원에 갔다”라고 했다.
부상당한 시점 기준으로 1년이 훌쩍 흐른 시점. 그런데 이미 강진성의 뼈는 자연적으로 붙고 있었다. 97%까지 붙었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래도 병원에선 수술을 권했지만 강진성은 또 거부했다. 3%는 비타민 먹으면서 재활하고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2022시즌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서.
강진성은 “수술하면 골치 아프니까. 참고 계속 해야 되겠다 싶었는데 두산을 가게 됐다. 두산에서 발이 이렇다고 말을 하니 두산에서도 ‘왔는데 바로 수술을 해버리면 좀 그렇지 않나’라고 했다. 나도 참고 하겠다고 했고, 약을 먹으며 한 시즌을 하니 더 좋아졌다”라고 했다.
그렇게 2023시즌이 시작됐고, 5월에 SSG로 트레이드 됐다. 이미 2020년 좋았던 폼은 완전히 잃은 상황. 지친 강진성은 수술을 원했고, 병원에 갔다. 그러나 이때 병원에서 “거의 다 붙었고 약간 남았다고 하더라. 3년만에 자연적으로 붙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부상과 3년을 싸우다 자신의 야구를 찾지 못했다. SSG는 2023시즌 후 이숭용 감독이 부임하면서 리빌딩을 선언, 강진성은 자신에게 기회가 많이 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실제로 1군에서도 2군에서도 많은 경기에 못 나갔다. 그는 지도자 자격증을 따며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4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은 그날, 극적으로 키움의 연락을 받아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강진성은 “나중에 정말 지도자를 하면 잘 할 자신이 있다. 나처럼 빛을 못 보고 힘들어 하는 애들은 돕고 싶다. 사실 2군에서도 게임 못 나가는 선수가 많다. 난 그런 선수들 심정을 잘 안다”라고 했다. 2군 무명생활, 1군 맹활약, 트레이드, 보상선수, 방출 등 FA 빼고 다 해봤다는 강진성이다. 3년간 고통과 인내 속에 고척에서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한다.
강진성은 “항상 NC파크에 가면 옛날 우승한 기억이 난다. NC 시절 우승을 고척에서 했는데, 이 팀을 오게 됐다. 고척의 시설이 좋다. 트레이닝 코치님이 프로그램도 잘 짜줬다. 센터도 따로 안 다니고 그냥 고척으로 출근만 하고 있다. 고척에서 집행검 들었던 걸 회상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강진성이 자신의 좋았던 타격 매커닉, 리듬을 찾는 일만 남았다. 참 멀리, 힘들게 돌고 돌아왔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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