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CC, 30일 내 풋옵션 가격 재산출해야
주당 24만5000원 하회할 가능성 높아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법적 분쟁에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보험업계에서는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할 경우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2년 간 이어져온 대주주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교보생명의 IPO(기업공개)도 순풍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어피니티가 보유한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 회장과 어피니티 측은 30일 내 주식의 가격 산출을 위한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 회장이 이를 어길 경우 1일 20만달러 수준의 페널티를 내야 한다.
어피니티는 2012년 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사들였다. 당시 어피니티는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하면 신 의장에게 해당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8년 주당 40만9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ICC에 국제 중재를 제기했고 2021년 9월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요구한 풋옵션 행사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의무가 없다는 1차 판결을 받았다. 다만 풋옵션 조항은 유효하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는 이에 불복하고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의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 가격은 공정시장가치(FMW)로 산정한다. FMV는 양 측이 각각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하되 차이가 10% 이내이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차이가 10% 이상일 경우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신 의장이 택하면 그 평가기관이 제시한 가격으로 결정한다.
풋옵션 가격은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 가격인 24만5000원 이하로 산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피니티가 2018년 풋옵션 행사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는 18~21만원(크레디트스위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현재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도 주당 20만원을 하회한다. 2023년 8월 교보생명이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은 19만8000원이었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의 오랜 분쟁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IPO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두 차례 추진한 IPO에서 고배를 마셨는데 모두 어피니티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IPO를 추진했으나 어피니티와의 분쟁이 이어진 탓에 중단된 바 있다. 2022년 11월에도 IPO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불발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중재 결과는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으며, 그간 분쟁 과정에서 일어난 주주 및 기업 가치 훼손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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