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단장이 무슨 죄인가.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이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팬들에게 대뜸 사과부터 했다. 차명석 단장은 본래 20일 저녁 라이브를 통해 ‘엘튜브는 소통을 하고 싶어서’를 계획했고 예고까지 나간 상태였다. 그런데 투수 김유민의 지난 17일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마침 이날 오후 구단을 통해 공식 발표되면서, 차명석 단장은 졸지에 ‘대국민 사과 라이브 방송’을 했다.
차명석 단장은 진행을 맡은 정용검 캐스터의 인사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군에 있는 김유민 선수가 음주운전이 단속돼서 징계를 받게 됐다. 구단의 단장으로서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 팬 여러분 기대에 못 미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꾸 나와서 저로서도 팬들에게 어떤 비난과 비판을 받아도 할 말없을 정도로 너무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어디서부터 다시 또 해야 될지, 저희 구단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차후에 다시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재발 방지에 더 힘을 쓰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명석 단장은 이후 깜짝 놀랄 발언을 이어갔다. “또 한편으로 단장으로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나도 구단에 자체 징계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나부터 반성하면서 팀을 좀 더 좋은 구단으로 갈 수 있게끔 더 노력하겠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했다.
LG는 올해 하반기에만 세 명의 구성원이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가장 먼저 최승준 타격코치가 7월29일 오전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체포됐다. 결국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다. LG는 7월30일에 최승준 코치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좌완투수 이상영(24)이 9월14일에 음주운전을 하면서 사고까지 냈다. 면허취소 처분이 나왔다. KBO는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의 음주운전 관련 세부 규정에 따라 1년 실격 처분을 내렸다. 동승자 이믿음은 음주운전 방조혐의가 적용됐으나 무혐의가 확정되면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우완투수 김유민(21)이 지난 17일 음주운전에 단속, 역시 면허취소 처분이 나왔다. KBO는 20일 이상영 케이스처럼 1년 실격 처분을 내렸다.
LG 구단이 도의적인 책임감과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하다. 실제 음주운전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 마음을 표현하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특히 차명석 단장은 자신도 징계를 받겠다며 더더욱 반성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자. LG 구성원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정말 LG 단장이 잘못한 일일까. LG 프런트들이 잘못한 것일까. 아니다. 교육을 제대로 못해서? 아니다. 음주운전이 잘못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말 모르고 그랬다면? 그냥 그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다 큰 성인들에게 무슨 교육인가. 음주운전 교육은 그냥 구단들이 재발방지 대책으로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은 없다. 구단이 다 큰 성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1년 365일 쫓아다니면서 지켜보고 잔소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왜 교육이 필요 없고 의미 없는 일일까. 20살 성인만 돼도 음주운전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자각한다. 그리고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본 모든 사람은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배운다. 그것으로 교육은 끝이다. 음주운전을 평생 안 하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교육을 잘 받아서 음주운전을 안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음주운전은 당연히 절대 안 되는 것인 줄 알고 안 하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일반 직장인들이 주기적으로 음주운전 관련 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어떤 구단의 누구든 음주운전 가능성은 열려있다. 잘못된 일을 하면 안 되지만 법이 왜 있겠는가. 누군가 잘못된 일을 할 때 제재를 내려 경각심을 심어주고, 사회질서유지를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음주운전은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재가 중요하다.
KBO는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의 음주운전 관련 세부 제재 규정을 마련한 상태다. 구단의 이중징계와 그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처분에 해당할 경우 70경기 출장정지, 먼허취소 처분에 해당할 경우 1년 실격, 2회 음주운전 발생시 5년 실격, 3회 이상 음주운전 발생시 영구 실격이다. 음주운전 횟수 산정은 2018년 9월11일 이후의 행위부터다.
KBO는 2022년 6월에 한 차례 음주운전 제재 규정을 강화했다. 이전에도 매뉴얼은 있었으나 출장정지, 제재금, 봉사활동 수준이었다. 여기서 제안한다. KBO가 음주운전 제재 기준을 더 강화하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음주운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교육이 아닌 더 강한 제재다.
그럼에도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면 구단들보다 해당 선수들의 에이전시들이 나서야 한다. 음주운전 사고가 터질 때마다 왜 구단들만 사과하고 에이전시들은 뒤에 숨나. 구단들도 에이전시들도 당연히 법적 잘못은 없다. 음주운전의 법적 책임은 오로지 음주운전자(상황에 따라 음주운전 동승자까지)에게 있다. 그래도 구단은 도의적인 관점에서 팬들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에이전시들은 그조차도 하지 않는다. 이건 유감이다.
대형 에이전트들은 FA 시장만 열리면 떼돈을 벌며 이득을 챙긴다. 그러나 야구 팬들도 알만한 대형 에이전트들이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 잘못했다고 야구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경우를 단 한번도 못 봤다. 에이전시의 기본 책무는 FA 계약으로 돈 버는 게 아닌, 선수 매니지먼트다. 말 그대로 선수 관리다. 선수 관리의 주체는 구단에도 있지만, 요즘은 에이전시에 더 많이 있다. 그렇다면 도의적인 사과는 에이전시들과 그에 소속된 에이전트들이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게 맞다. 팬들은 에이전시들이 단 한번도 사과를 하지 않으니 선수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에이전시들의 경각심, 책임감, 미안함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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