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수비에서 실책해도 화 낼 줄 알고...”
대부분 구장의 홈 덕아웃을 보면 팬들이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공간이 있다. 여기에 샌드백을 가져다 놓는 구단들도 있다. 야구를 하다 안 풀리고 화나면, 괜히 기물을 파손하거나 다치지 말고 샌드백에 화풀이를 하라는 배려다.
간혹 경기도중에도 그렇게 화풀이를 하는 선수들이 있다. 화를 지나치게 쌓아두면 정신건강에 오히려 안 좋으니, 적절한 스트레스 분출도 필요하다. 단, 야수의 경우 자신이 결정적 순간 삼진을 당하거나 아웃됐을 때 분노를 표출해도 실책을 했을 때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를 못 봤다는 게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뛴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의 설명이다.
KBO리그 중계방송 OTT 티빙은 지난 20일 ‘퍼펙트리그 2024’를 공개했다.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류현진과 편하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올 시즌 한화 이글스가 5강에 가지 못한 얘기가 나왔다. 한화는 올 시즌 66승76패2무, 8위로 또 가을야구를 못했다. 일부 고참들이 시즌 전 약속대로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선수들끼리 5강 가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우리의 생각은 무조건 5강이었다. 그런데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일단 정말 수비 쪽인 것 같다. 공격력보다도 수비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실제 한화는 올 시즌 기록되지 않은 잔실수가 많았다.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팀은 아니다. 이것이 강팀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걸림돌이라는 외부의 시각이 많다.
류현진은 “(어떤 선수가)본인이 에러를 해요. 그래서 만약에 실점을 했어. 그러면 에러를 했다고 뒤에 가서 본인이 화는 안 낸다. 그런데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거나 못 쳤어. 그러면 뒤에 가서 화내는 사람 많잖아요. 난 그런 걸 이해를 못하겠어요. 왜 수비했을 때도 화를 낼 줄 알고 그래야죠”라고 했다.
올해 한화 선수들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제까지 야구를 하면서 지켜본 전반적인 야수들의 모습이 그랬다는 것이다. 한화 선수들이 좀 더 수비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수비를 제대로 못했을 때 분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반성도 하고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류현진은 “올해는 쭉 지켜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애들한테도 얘기했다. 말 많이 할 것이라고. 고참이고 베테랑이니까 어느 정도는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류현진을 잘 아는 정민철 위원은 놀라며 “너는 태생적으로 말을 많이 안 하잖아”라고 했다.
물론 류현진도 자기 반성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류현진은 28경기서 10승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딛고 최소한의 이름값을 했다. 그런 그는 “내가 문제였다. 생각해 보면 시즌 초반에 ‘그렇게만 안 했으면’ 그런 게임이 2~3경기, 3~4경기 된다. 내가 그것만 그냥 여유 있게 잡으면 5강 가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정민철 위원이 시즌 후 결과론을 따지면 그렇다고 위로하자. 그래도 류현진은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류현진과 한화는 2025시즌 신구장 첫 시즌을 맞아 2018년 이후 7년만에 5강 진입에 도전한다. 류현진의 지적대로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지난 마무리훈련을 통해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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