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고, 이후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내용에 대기업의 공급망 전반의 ESG 현황이 포함된다. 이러한 변화는 공급망 내 중소기업도 ESG 경영과 공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은 전 산업을 대상으로 기본 진단항목을 제시하고 있으나, 산업별 특성과 기업 규모에 따른 세부기준이 모호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중기는 인력과 자원의 제약 속에서 포괄적인 지표를 모두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전세계적으로 실천 가능한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공시 기준을 마련해 주목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직원 10인 이하의 소기업도 간소화된 기본 모듈로 ESG 공시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규모가 큰 중소기업은 사회 부문 지표가 강화된 종합 모듈을 적용 받도록 했다. 이러한 규모별 차등화 된 모듈 적용으로 중기 ESG 공시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스피 상장기업 중심의 의무화와 더불어, 중기를 위한 맞춤형 공시 체계를 병행하여 준비해야 한다. ESG 전 영역의 지표를 모두 관리하기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핵심지표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기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꼭 필요한 핵심지표를 선별해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제한된 자원으로도 효율적인 ESG 경영과 공시가 가능하며, 점진적으로 공시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환경(E)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관리, 환경경영 인증 등을 핵심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해당 지표는 대기업 공급망의 환경영향 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표는 중기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다.
사회(S) 부문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근로환경 관련 지표가 중요하다. 이러한 지표는 공급망 전체의 사회적 책임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상장기업의 ESG 공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중기 산업재해와 근로조건은 대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공시가 필수적이다.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윤리경영과 기업 투명성 관련 지표를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해당 지표는 공급망 내 거래 투명성과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보장하는 기본 요소로 작용한다. 중기 윤리경영 실천과 투명한 정보공개는 공급망 내 신뢰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거래관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핵심지표가 마련되더라도 중기가 이를 자체적으로 이행하고 공시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ESG 공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는 ESG 데이터 수집·관리 시스템 구축과 공시 보고서 작성을 위한 실무적 지원이다. ESG 공시를 처음 시도하는 중기는 관련 지표의 측정과 관리 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와 보고서 작성을 위한 전문 인력과 시스템도 미비한 상황이다.
둘째는 공공조달 평가에서 ESG 공시 기업에 대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평가 우대는 중기가 ESG 공시 필요성을 체감하게 만들며, 경쟁 상황에서 ESG 경영과 공시를 우선순위에 두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대기업 중심 의무화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기 참여는 산업 생태계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공급망 특성상 대기업과 중기 ESG 공시는 상호 연계돼 있으므로, 기업 규모와 여건에 맞는 맞춤형 공시 체계를 병행 추진할 때 우리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겠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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