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지민이 잘할 거예요.”
지난 10월,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대비훈련이 한창인 어느 날. 라이브피칭을 마친 좌완 최지민(22)이 정재훈 투수코치와 한참 얘기를 나눴다.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 어려웠다. 올 시즌 최지민이 부진해 말을 걸기 조심스러웠다.
그 모습을 덕아웃에서 바라보던 이범호 감독은 조용히 최지민을 응원했다. 기본적으로 2023시즌에 많이 던진 여파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58경기서 59⅓이닝을 소화하며 6승3패3세이브12홀드를 따낸 2023년과 달리, 2024년엔 56경기서 3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5.09에 머물렀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2023시즌을 치르기 전에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많은 공을 던진 상태였다.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은 최지민에게 또 한번의 소중한 경험과 병역특례를 선물했다. 그러나 이를 모두 더하면 2023년에 무리를 한 건 사실이었다.
2024시즌 초반부터 2023년 모습을 찾지 못했다. 신인 시절처럼 제구 및 커맨드에 기복이 큰 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범호 감독은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에 따로 휴식기를 주기도 했지만,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1경기에 나갔다. ⅔이닝 2사사구 무실점. 역시 제구기복이 있었다. 냉정히 볼 때 엔트리에 탈락돼도 할 말이 없는 성적.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지난 2년간 고생한 선수들을 어지간하면 한국시리즈에 데려가고 싶어했다. 그렇게 해피엔딩을 맞이했고, 최지민도 기분 좋게 프리미어12 대표팀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프리미어12서 투구내용이 좋았다. 3경기서 3⅓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사구 1실점 WHIP 0.32로 짠물 투구를 했다. 아주 중요한 시점에 중용된 건 아니었으나 국가대표 경기는 그 자체의 압박감이 남다르다. 분명 의미 있는 유종의 미였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도움도 받았지만, 정규시즌 후 재정비하면서 정재훈 코치와 많은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는 후문이다.
최지민은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이라는 이점이 확실하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에 의존하지만,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땐 오른손타자 몸쪽에 포심과 슬라이더 모두 팍팍 꽂았다. 올 겨울은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고무적이다.
KIA 왼손 불펜은 지난해 최지민이 부진하면서 짜임새가 약간 떨어졌다. 워낙 기존 멤버들이 좋아서 티는 많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지민이 부활해 기존 곽도규와 시너지를 내면 불펜이 훨씬 더 탄탄해진다. 두 사람이 던지는 각도와 투구내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부활 및 성장이 필요한 좌완 김기훈도 있다. 최지민, 김기훈, 곽도규, 이준영까지 시너지를 내면 진정한 좌완 불펜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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