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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갈수록 영화와 현실의 구분선은 없어진다. 이 경계선은 느닷없이,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지워져 현실을 영화의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작금의 한국 정치지형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그렇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는 투표 한 방에 나라의 운명을 4~5년 맡겨야 하는데 투표로 모든 걸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맞는지 O·X 투표를 통해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2’에서 참가자들은 게임이 끝날 때마다 그만두고 나갈지, ‘한 번 더’ 할지를 투표로 결정한다. 상대방 진영에 있는 참가자들은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쁘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까지 감행한다.
공교롭게도 ‘오징어 게임2’ 공개 이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선 탄핵 찬반 지지자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황 감독은 “관저 앞에는 경찰이 (찬반 지지자들 사이에) 싸움 날까 봐 선까지 그었다는데 드라마 게임장과 너무 닮아 소름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전 할리우드 리포터 편집장이었던 레베카 선 역시 황 감독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보내 “'오징어 게임2'는 2022년 한국의 강경 보수주의자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통령 당선부터 2024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련의 우경화를 초래한 사회적 역학 관계를 대중문화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첫 번째 시즌이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불가능한 선택(예: 절망적인 상황을 개선
하기 위해 살인적인 게임 쇼에 참여하는 것)으로 내모는지에 대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시즌은 부족주의의 폐해, 즉 승자독식 정치 싸움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것이 어떻게 파멸과 절망으로 이끄는지에 대해 다룬다”고 평했다.
실제 ‘오징어 게임2’에서 게임을 마치고 나가고 싶어하는 X측 참가자들은 한 게임만 더하고 더 많은 돈을 챙기자는 O측 참가자들에게 투표에서 진다. 결국 그들은 목숨을 담보로 원치 않는 게임에 참가하는 비극을 겪는다. ‘승자독식 정치 싸움’의 폐해다.
레베카 선은 “결국 참가자들은 상대를 개종시키기보다는 제거하는 것이 우위를 점하는 더 편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족주의에 완전히 빠져들면서 무기를 들고 서로를 공격한다. 이것이 이 쇼의 두 번째 시즌의 궁극적인 메시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정치상황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베카 선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기다리는 지금,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면서 “우리는 이미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너무 깊이 분열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복지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에는 개인의 안락함에 너무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의 비유에 따르면, 우리는 상호 파멸의 공모자가 될 수도 있고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면서 “1월 20일(트럼프 대통령 취임) 미국 드라마의 새 시즌이 시작되면 우리가 공동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데 필요한 용기와 연민을 모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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