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난해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박동원의 뒤를 이을 LG 트윈스 '제2 포수'가 될 것으로 보였던 김범석.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생각이 완전히 바뀐 듯하다. 김범석이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볼 때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김범석은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고교 시절부터 '한 방' 능력을 갖춘 포수로 큰 기대를 모았던 김범석은 2023년 퓨처스리그 올스타로 선정되는 등 58경기에 출전해 56안타 6홈런 31타점 타율 0.286 OPS 0.789의 성적을 남겼다. 1군에서는 10경기에 나서 3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 사령탑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해 값진 경험치를 쌓았다.
그러나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염경엽 감독의 구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범석은 1군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옆구리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는 사태를 맞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체중 조절에 실패한 김범석을 향해 염경엽 감독은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체중 조절 실패로 특급유망주가 소중한 기회를 날린 것에 대한 사령탑의 아쉬움이 큰 듯했다.
그래도 염경엽 감독은 김범석을 구상에서 완전히 지우지 않았고,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진 못했으나, 4월 중순 1군의 부름을 받은 뒤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범석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경완 코치와 혹독한 훈련을 통해 박동원의 뒤를 든든하게 받칠 제2의 포수를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김범석의 타격감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순위권 다툼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김범석의 출전 빈도도 줄어들게 됐다. 애초부터 짧은 시간 내에 김범석이 제2의 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염경엽 감독이 생각했던 것보다 김범석의 성장세는 분명 더뎠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막바지 이주헌이라는 존재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72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은 이주헌은 사실상 프로 입단과 동시에 군 복무를 마친 선수로 지난해 퓨처스리그에 39경기에서 23안타 6홈런 21타점 타율 0.284 OPS 0.983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끝에 시즌 막바지 기회를 제공받았다. 그리고 단 3경기 만에 2루타 2개를 포함한 4안타를 터뜨리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LG가 2024시즌이 끝난 뒤 허도환과 동행을 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염경엽 감독의 생각도 달라졌다. 지난 8일 '2025년 선수단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에는 주전에게만 의존하는 '주전 몰빵' 야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성적과 육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면서, 포수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사령탑은 김범석에게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포수 출전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염경엽 감독은 "수비 쪽에서는 (이)주헌이가 나간다고 보면 된다"며 "(김범석의 포수 출전은) 올해 갖고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범석이의 경우 (포수) 훈련을 시키면서, 대타 요원의 비중을 더 높게 생각하고 있다. 우타자 대타 역할과 좌투수가 나왔을 때 지명타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수 김범석은 올해 간간이 볼 수는 있지만, 빈도가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계속해서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훈련도 안 했는데, 캠프에서만 수비 연습을 해서 2번 포수로 뛰는 것은 쉽지 않다. 두 번째 포수는 주헌이를 생각하면 된다. 범석이는 3번 포수로 생각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포수로 이주헌에게 밀려난 김범석이 올해 1군 무대에서 기회를 받기 위해선 공격력에서 강점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대타를 넘어 지명타자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반기 때의 모습이라면 1군보다 2군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대는 컸지만, 무럭무럭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는 김범석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 다가온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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