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걔는 너와 비교 대상이 아니야.”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주형(23)에게 이정후(27,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자연스럽게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는다. 이주형에게 제2의 이정후라는 수식어가 붙기 때문이다. LG 트윈스 시절부터 잠재력이 높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전이 빵빵한 LG에선 좀처럼 1군에서 뛸 기회가 없었다. LG가 2023년 여름 최원태(삼성 라이온즈)를 원하자 키움은 곧바로 이주형을 요구했고, 영입에 성공했다.
그렇게 2023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1군 붙박이 외야수로 출전해왔다. 2023시즌 69경기서 타율 0.326 6홈런 36타점 OPS 0.897을 기록했다. 단, 2023시즌 막판 다리를 다친 것을 참고 뛰다 탈이 났다. 뒤늦게 홍원기 감독이 인지하고 지명타자로만 내보냈지만, 이는 2024시즌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연결됐다.
실제 이주형은 2024시즌을 준비하던 도중 귀국해야 했고, 복귀했다가 다시 이탈하는 등 한동안 리스크가 있었다. 결국 115경기서 타율 0.266 13홈런 60타점 82득점 OPS 0.754. 130경기 이상 나갔다면 더 좋았지만, 어쨌든 풀타임을 보냈다고 봐야 한다.
홍원기 감독은 이주형이 이정후를 롤모델 삼고 운동하는 건 좋지만,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는 걸 경계했다. 그래서 아예 주변에서 말하는 이정후 관련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했다.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냉정한 코멘트로 이주형의 현실감각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현주소가 그렇다. 이정후는 풀타임 3할을 밥 먹듯 친 끝에 메이저리그에 갔다. 이주형은 시작부터 이정후보다 임팩트가 처진다. 그렇다고 이주형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정후 같은 선수는 KBO리그 역사에 별로 없었다. ‘천재’ 김도영(22, KIA 타이거즈) 정도가 이정후의 뒤를 밟을 채비를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담을 덜어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야구에 집중하면 된다.
홍원기 감독은 장기레이스를 끌고 갈 수 있는 루틴 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에는 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타일이 잡히고, 자신감도 갖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주축멤버가 될 수 있다. 키움은 다른 팀과 달리 이주형 같은 특급 유망주들을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키움이 지난 10일 공개한 2025시즌 연봉협상 결과에 따르면, 이주형은 작년 6600만원에서 4400만원 오른, 1억1000만원에 올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풀타임을 단 1년만 하고 1억원을 돌파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구단이 믿고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FA, 비FA 다년계약자를 제외한 단년계약자들 중에서 1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가 5명(송성문 3억원, 이용규 2억원, 하영민 1억6500만원, 김성민 1억1000만원)밖에 없다.
이주형은 이들 중 가장 젊고 연차가 적다. 바꿔 말하면 가장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정후의 그림자만 걷어내면, 이주형은 보통 이상의 외야수로 성장하는, 착실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보면 된다. 프리미어12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본 것도 성장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키움에서 2025시즌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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