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연기 청부업자', '차세대 송강호'. 기자, 매니저, 소설가, 군인부터 킬러, 형사와 검사까지 한계가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서현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서현우는 이 수식어를 듣자마자 "너무너무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여전히 하고 싶은 연기가 많다는 그다.
서현우는 지난달 27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2'에서 야망으로 가득한 부장 검사 남두헌 역을 맡았다. 이른바 '꿀단지 게이트'에 연루돼 김홍식(성준)과 결탁하지만. 매일 아침 딸기 스무디를 마시는 반전이 있는 인물이다.
"남두헌은 직업으로는 검사지만, 하나의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입신양명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했을 때 클리셰적인 악인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그것들을 거스르지는 않으려 했죠. 고유의 클리셰적인 악인의 면모를 가지면서도 수수함은 버리지 않으려 했어요. 더 멀리 비전을 보는 인물이니 당장의 금품같은 것들을 수수하지 않는 캐릭터로 해석했죠. 그래서 남 검사가 타고 다니는 차량도 연식이 된 세단으로 선택했고, 의상의 느낌도 수트핏이 사는 느낌보다는 약간의 헐렁한, 몇 안되는 정장을 계속 돌려입는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 협의를 많이 했어요. 안경도 심플한 무테안경을 선택했고요. 그래서 마치 누군가가 남도원을 본다면 굉장히 열정적으로 업무를 할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위해 캐릭터라이징했어요. 작가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 인물이 왜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접근보다는 이미 악당으로서 등장을 하는게 중요하겠다 싶었고, 그런 담백함을 가지고 시작했죠."
코믹 요소에 힘을 줬던 '열혈사제2'였던 만큼, 서현우 역시 딸기 스무디라는 반전 뿐 아니라 '꿀단지 사랑'을 부르거나, 홍콩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등의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어떤 큰 과제를 안고 시작한 느낌이었어요. 저도 '열혈사제 1'을 애청했던 사람으로서 빌런들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코미디 요소가 많이 부각이 됐던 만큼 빌런이 자연스럽게 코미디, 진중함의 요소를 잡아줘야 한다는 작전이 있었고 그걸 계속 생각해서 연기했어요. 시즌 1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드라마였다면 시즌 2는 캐릭터들의 여정을 다뤘다고 생각해요. 그 여정을 다루다 보니 유쾌한 순간도 발생하고 그게 시청자 분들께 재밌는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즌 1을 다시 시청하기도 했다는 서현우다.
"시즌 2같은 경우 (앞선 시즌에 비해)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해요. 요즘 시청자 분들의 트렌드도 변화가 됐다고 생각하고요. 영상물을 접하는 방식의 리듬이나 템포도 굉장히 빨라졌고 받아들이시는 폭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시즌 2에는 시즌 1과는 다른 색깔, 에너지,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시청자 분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뭘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 보면 요즘의 어떤 유행하는 유행어라든지, 인물이라든지 패러디도 많이 들어갔던 것 같고. 보시는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와 함께 '열혈사제2'의 주역이었던 김남길, 이하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남길 배우님이 너무 많이 조언을 해주셨어요. 첫 번째로는 제가 가진 부담을 많이 없애줬죠.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어떤 성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 자체가 너무 따뜻하고 사람을 되게 편안하게 해줘요. 장난도 걸어주고 '편하게 해'라며 조언도 해주고. 저라는 사람 자체를 많이 믿어줬어요. '서현우라는 배우가 가진 인물과 에너지, 무게감이 이미 좋으니 너 자신을 믿고 했으면 좋겠다'면서요. 이하늬 배우도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저랑 동갑이에요. 영화 '유령' 때 같이 하기도 했죠. 이번이 첫 작품은 아닌데, 그 사이에 하늬 배우가 엄마가 되기도 했고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났는데 굉장히 어른이 되었더라고요. 친구지만 뭔가 저보다 더 선배인듯한 느낌도 받았고 되게 큰 품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이하늬라는 사람의 장점은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해준다는 거에요. 절 앉혀놓고 '현우는 세상에 어쩜 이렇게 디테일하게 연구를 해왔고' 이런 말을 해서 제가 부끄러워하기도 했죠. 두 사람이 시즌 1의 멤버답게 시즌 2에 들어오는 배우들을 손님 맞이하듯이 편안하게 녹아내리게끔 해줘서 되게 많이 고마웠어요."
연이은 결방에도 최고 시청률 12.8%를 기록한 만큼 여전히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열혈사제2'다. 서현우는 "시청률 10% 이상의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털어놨다.
"공중파 드라마의 출중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는데, 남두헌이라는 캐릭터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해서 욕심이 나요.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요. 제가 단역 시절부터 10여년 연기를 해오고 있지만, 되게 처음 만끽하는 순간들이에요. 이렇게까지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고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는 것이 처음이고, 그만큼 지금도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지만 조금 더 책임감이 생겨요. 섬세하게 연기해야겠다, 더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신다는 생각이 드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올해만 해도 디즈니 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삼식이 삼촌', '강매강', 영화 '로기완', '탈주' 등으로 '열일'을 한 서현우. '열혈사제'를 통해 더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놓은 만큼 여전히 열정이 가득한 그다.
"작품이 없던 시절이 길었어서 제 안에 용광로가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식을 줄 모르는 저의 용광로요. 그리고 사실 제가 취미가 없어요.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재밌고 고통스러워요. 이 작업을 할 때가 저를 제일 살아 숨쉬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에 대한 어떤 욕심이나 열정이 아직도 충만해서 작품을 계속 많이 하고 있는 것 같고,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촬영 안 가면 뭐하냐' 이런 이야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그 어떤 것도 제 삶의 주가 되진 못하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대본을 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연기를 보고 다른 공연들을 보고. 그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그러면서, 여전히 '멜로'에 대한 포부를 그러낸 서현우였다.
"현실멜로는 항상 갈망하고 있어요. 사랑이라는 주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대를 불문하고 너무나 재밌는 작업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항상 설레요."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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