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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한국 연기계의 거목 이순재가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지상파 3사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90세의 나이에 이룬 대기록은 후배 배우들과 대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순재는 지난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과 베스트 커플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 최근 건강 악화로 활동을 중단한 후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춘 이순재는 후배 김용건, 최수종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 후배 배우들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이어 "연기는 인기나 나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연기로 평가받아야 하며, 그런 점에서 이 상은 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배우로서의 철학을 진중히 밝혔다. 그는 드라마 속 다양한 동물 배우들과 제작진의 노력을 언급하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공을 돌렸다.
또한 이순재는 자신이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가천대학교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수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학생들이 오히려 드라마 촬영을 응원해줬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진심 어린 소감은 배우를 넘어 스승으로서의 그의 깊은 인품을 느끼게 했다.
이순재는 이날 KBS 연기대상에서의 진심 어린 소감을 통해 연기에 대한 철학을 강조한 데 이어 지난 4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담은 오디션 형식의 특별극에서 10분 이상의 대사를 완벽히 암기해 연기했다. 당시 90세의 나이에도 정확한 발음과 생생한 감정 연기를 선보여 현장의 모든 배우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순재는 특별 무대에서 연기에 대한 철학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대사를 외우지 못하면 연기에 혼이 담기지 않는다. 자신이 없으면 배우를 관둬야 한다"고 단언하며, 후배들에게도 연기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기는 배우의 생명력이다. 몸이 아파도 큐사인이 떨어지면 일어난다"며 연기자로서의 숙명을 강조했다. 이어 "평생 해왔지만 안 되는 게 있다. 그래서 고민하고 노력하며 배운다"고 말하며,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순재에게 직접 호명 당한 최민식을 비롯한 후배 배우들은 눈시울을 붉혔으며, 진행을 맡은 신동엽은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진 뒤 "생방송이라 빨리 진행을 해야 하는데 잠시나마 이 여운을 계속 느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고 박보검은 "이순재 선생님의 특별 무대 덕분에 신인 시절 제가 오디션장 앞에서 떨려하며 대사 한 줄을 외웠던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누리꾼 역시 그의 열정과 철학에 "90세에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우리 모두를 울렸다"며 찬사를 보냈다.
또한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연기를 쉽게 생각했던 배우들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며 후배 배우들에게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연기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의 연기와 삶을 동일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남긴 연기 철학과 삶의 궤적은 단순히 한 명의 배우로서가 아니라 예술의 본질과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김하영 기자 hakim01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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