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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혜연 기자] 배우 이순재가 보인 뜨거운 눈물에 많은 이들이 감동으로 시상식을 지켜봤다.
무엇보다 이순재의 언어에는 '품격'이 있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후배 배우들과 관계자들 역시 깊은 공감으로 그렇게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최고령 대상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며 더 열심히 자신의 일에 정진을 해야겠다는 가르침을 줬다. 한 관계자는 "시상식에 이순재 선생님이 무사히 참석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기뻤다. 현장에서도 관계자들과 안부를 물으며 서로 축하를 하는 따뜻한 자리였다"며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 어느때 보다 빛났던 대상 수상소감이었다"고 귀띔했다.
배우 이순재가 데뷔 이후 첫 대상을 받았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2 '2024 KBS 연기대상'에선 수목드라마 '개소리'에서 열연한 이순재의 이름이 호명됐다. 특히 최근 건강이상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한 뒤에 오른 무대라 이순재의 등장만으로도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매번 공식 석상에서 후배들을 향한 애정어린 칭찬 그리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이순재의 수상소감도 역시 화제였다. 후배들의 부축을 받아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먼저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고 말문을 연뒤 "KBS가 대한민국 방송 역사를 시작한 해가 1961년도 12월 31일이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방송은 그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왔다. 첫 작품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였다. 나도 출연했다. 선배님을 모시고 조그만 역할이지만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쭈욱 KBS에서 활동하다 마침 TBC가 전속계약을 한다고 전속금을 준대서 건너갔다 80년대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KBS와 인연이 계속 됐는데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며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적절한 배역이 없으면 출연 못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이순재는 거듭 벅찬듯 지난간 일에 대해 조목조목 얘기했다. 후배들은 이런 모습을 지켜봤고, 이순재의 말 하나하나에 귀를 귀울였다. 이순재는 이어 "내가 이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그동안 대상을 받게 되면 이순신 장군, 역사적 인물이 받았다. 우리 최수종 씨는 4번씩 받았다. 줄 수 있다. 얼마든지 중복해서 줄 수 있다"며 "미국 캐서린 햅번 같은 할머니는 30대 때 한 번 타고 60대 이후에 세 번 탔다. 우리 같으면 전부 공로상이다. 60대여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바로 이게 미국의 아카데미다"며 "이 상은 나 개인의 상이 아니다. 알다시피 '개소리'에는 우리 소피를 비롯해서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 개들도 한몫을 다 했다. 그다음 파트, 파트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모두 최선을 다 했다. 내가 거제를 가려면 4시간 반이 걸리는데 그걸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드라마다. 모두가 마찬가지다"고 공로를 돌렸다.
함께 하는 작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번 수상이 모두와 함께 이뤄낸 결과임을 애둘러 표현한 이순재였다. 이순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현장의 관계자 및 배우들의 눈가가 촉촉해 졌던 것. 또한 마지막 이순재가 학생들에게 고마움은 전하는 순간 역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순재는 "내가 이 자리에서 감사할 학생들이 있다. 내가 아직까지 총장님의 배려로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무슨 수업이냐면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다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작품을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연습해서 기말에 발표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한 달, 6개월이 걸리니까 도저히 시간이 안 맞더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덧붙여 "내가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난 교수 자격이 없다'라고 했다. 근데 학생들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시라.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다 만들어내겠다. 염려마시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며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고 있다. 감사하다"며 한번 더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학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간혹 날선 목소리로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자 하는 이순재 특유의 언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 해를 무사히 잘 보낸 뒤 새해를 맞이하는 분위기 그리고 녹화 당시는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로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에 희망의 언어로 모두를 포근하게 달랬다. 배우 이순재의 품격있는 언어에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주말이었다.
남혜연 기자 whice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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