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근데 한번 하고 싶지 않냐?”
류현진(38, 한화 이글스)이 최근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이 공개한 영상에서 김광현(37, SSG 랜더스)에게 했던 얘기다. 윤석민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화두로 꺼내자 류현진은 은근슬쩍 김광현의 의중을 떠봤던 것이다.
김광현은 윤석민의 질문엔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절친한 류현진이 부르면 나간다고 웃었다. 결국 류현진과 김광현은 태극마크에 여전히 이심전심인 셈이다. 작년 같은 경우 김광현은 부진해 어차피 국가대표팀 얘기를 꺼낼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 시즌 류현진과 김광현이 맹활약할 경우, KBO가 그래도 두 사람을 외면하고 ‘국가대표 세대교체론’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젊고 유망한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것인지 궁금해진다. KBO는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기점으로 ‘젊은 대표팀’을 표방해왔다. 그 기조로 작년 11월 프리미어12까지 치렀다.
그런데 냉정하게 볼 때 KBO가 주창한 ‘젊은 대표팀’의 성과가 뚜렷하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은 항저우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땄지만, 대만의 급성장세를 또 한번 확인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도 일본의 벽을 느꼈다. 그리고 프리미어12서는 대만의 돌풍이 더 이상 돌풍이 아니며, 이젠 한국이 아시아에서 3류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확인했다.
물론 김도영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건 수확이다. 그러나 수확 이상으로 위기의식을 더욱 크게 느낀 대회였다. 그리고 이런 기조에 몇몇 야구인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리미어12라면 결과를 내야 하는 국제대회인데, 젊은 선수들의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목적으로 나가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었다.
프리미어12가 WBC보다 급이 낮은 대회인 건 맞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대회는 아니다. 아시안게임이나 공식적으로 나이제한이 있는 APBC는 몰라도 프리미어12는 국내 최고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했다는 주장이 비 시즌 몇몇 야구 유튜브에서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대표팀이 인위적으로 세대교체를 하면, 국제대회서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2026 WBC나 2027 프리미어12, 2028 LA올림픽 직전에 진행된 KBO리그에서 폼이 떨어져도 이미 국제대회에 경험을 쌓았다는 이유로 대표팀에 뽑을 것이냐는 얘기다. 어차피 리그에서 폼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대표팀 명단은 어차피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표팀 차원에서의 인위적 세대교체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결국 대표팀이 나가는 국제대회는 그때그때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을 뽑아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지, 세대교체는 그 다음 문제라는 얘기다. 사실 세대교체는 KBO리그 10개 구단이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팀이 인위적으로 나서기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올해 대표팀은 국제대회가 없다. KBO로선 찬스다. 대표팀 운영 및 세대교체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리뷰해보고 방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올해 류현진과 김광현, 나아가 양현종(KIA 타이거즈)까지 펄펄 날고 최근 국제대회에 나간 젊은 투수들이 집단적으로 부진하다면? 그래도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을 내년 WBC에 외면할 것인가? 극단적 설정이 아니다. 현실화될 수 있는 일이다. 혹자는 이런 말도 한다. “국가대표에 은퇴가 어딨나. 불러주면 감사하게 나가는 게 맞다”라고.
물론 베테랑들을 다시 끌어 모아 내년 WBC에 나가도 일본이나 대만에 참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 방송을 통해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나빠 팬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KBO가 류현진의 얘기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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