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철근 내수 판매량 전년 대비 17% 감소…철근 가격도 하락세
현대제철, 오는 27일까지 인천 2철근·소형공장 가동 중지
동국제강, 수요 둔화에 올해부터 공장 가동률 50% 낮춰
철강업계, 저탄소 철강 및 고부가가치 제품 통해 수익성 개선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철강업계가 중국발 저가 철강 제품 공세와 건설경기 침체, 고환율까지 더한 '삼중고'에 휘청이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악화에 철강 수요마저 급감하자 공장 문을 닫고 철강 생산 자체를 중단하는 최악의 고육지책을 펴고 있다.
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철근 내수 판매량은 697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840만톤) 대비 17% 감소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연간 생산능력(1300만톤)의 약 58%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근 내수 수요가 감소하자 철근 가격도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톤당 철근 유통가격은 2021년 110만원에서 2022년에는 106만원, 2023년 83만원에서 2024년 66만원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발 저가 공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은 내수에서 남아도는 철강을 무분별하게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통시장에서 중국산 후판은 국산보다 20%, 열연강판은 5~10% 저렴해 국내 철강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다.
업계는 다음 주 중국에 60% 보편 관세를 공약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될 경우 중국이 더욱 공격적이게 물량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상계엄 여파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오르자 원자재 수입 가격도 같이 오르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원가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마저도 길어질 전망이 나오면서 철근과 강판 수요도 줄어 철강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어지는 수요 감소 상황 속에서 결국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공장 가동을 축소시키며 철근 감산에 돌입했다.
현재 현대제철은 인천 2철근 공장과 인천 소형공장 가동을 오는 27일까지 중지시켰다. 또 포항 철근공장 가동도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올해 설 연휴가 내달 2일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인천 2철근·소형공장과 포항 철근공장 가동은 내달 3일에서야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에도 인천공장과 당진제철소 정기 보수를 통해 판매량을 조절했으나, 올해에도 부진이 전망되자 공장 가동률을 낮췄다. 이번 가동 중지로 인해 약 7만톤을 감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7월부터 야간에만 공장을 돌리며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줄였고, 올해부터는 가동률을 약 50%까지 낮추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의 경우 이미 지난해 7월 경북 포항의 1제강공장을 폐쇄하고, 지난해 11월에는 1선재공장도 폐쇄했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자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저탄소 철강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익성 반등을 노려본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현재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100% 수소를 사용해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직접 환원한 뒤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포스코는 하이렉스의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와 전력을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수소와 전력으로 대체해 탄소 줄이기에 나선다.
더불어 포스코는 하이렉스의 상용 기술 개발을 2030년까지 완료하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찰소 고로의 절반 이상을 하이렉스로 전환할 방침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하이렉스 데모 플랜드 착공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탄소중립 로드맵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 풀 밸류체인도 구축하고 있다. 이차전지에 필요한 리튬·니켈 등의 원료부터,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생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가치사슬을 이루는 사업 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탄소중립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중심으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구축했으며, 오는 2030년부터 수소 기반 저탄소 철강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현대제철은 새로운 먹거리로 해상풍력을 점 찍었다. 해상 풍력의 경우 염수에 의한 부식 방지 등 여타 철강재 대비 고사양의 철강재를 요구한다. 이에 현대제철은 해상풍력 구조물에 들어가는 철강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이와 관련된 시장을 발 빠르게 넓혀나갈 계획이다.
동국제강도 탄소중립 기술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동국제강은 기존 전기로 대비 소비 전력을 절감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하이퍼 전기로 공정 구축'을 2028년까지 개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지난 2023년 동국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동국제강은 지난 8일 아주스틸 인수까지 최종적으로 마치며,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을 중심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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