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려아연 임시주총 핵심 안건 집중투표제
글로벌 양대 자문사 입장 엇갈려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지분 4.51%로 축소
17일 수탁위서 결정 내릴 듯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중요 승부처인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23일 열린다. 이번 임시 주총의 가장 큰 쟁점은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다. 이를 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사이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느 쪽도 과반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의 표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임시주총 D-9…집중투표제 자문사 찬반 '팽팽'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이번 임시 주총의 판세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식 수에 선출하려는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1주를 가진 주주가 5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총 5표(1주 X 5명)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행 상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안건은 주주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3%룰'이 적용된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지분이 34%로 상대적으로 적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이사 수 방어에 유리해지게 된다. 반면 현재 단일 최대 주주인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은 엇갈렸다. 외국인 투자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은 집중투표제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ISS와 합쳐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외국인 지분율은 7% 수준으로 외국계 기관은 자문사가 권고한 대로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이 외에 현재까지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과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안하는 안건에 모두 찬성을 권고하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MBK 측은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가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글래스루이스가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를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을 권고한 것을 두고도 MBK·영풍은 모순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들은 글래스루이스 보고서에 아예 틀린 사실관계도 담겨 있다면서 보고서에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9.8%를, 부친인 최창걸 명예회장은 0.91%를 보유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이보다 적은 지분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ISS와 한국ESG기준원은 집중투표제에 반대를 권고한 상황이다. ISS는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현 경영진의 선호 후보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ESG기준원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애초 정관에서도 배제한 집중투표제를 갑자기 도입하는 것이 이례적이며, 소수주주권 보호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 최 회장 측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투표제가 변질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캐스팅보터' 국민연금, 지분 4.51%로 축소
영풍·MBK와 최 회장 측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캐스팅보터는 국민연금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40.97%), 최윤범회장 및 특수관계인(17.50%)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16.85%), 자사주(12.26%), 국민연금(4.51%), 기타주주(7.89%)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참여 등으로 지분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 회장과 MBK·영풍 연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과 기타주주의 표심 향방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유불리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 속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1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열고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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