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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아쉬움과 질타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두산 베어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창단 43주년 기념식을 열고 2025년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고영섭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승엽 감독의 포부가 여느 때와는 달랐다. 올해는 원하는 성과를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입장이다.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처음 잡은 지난 2023년 두산은 74승 2무 68패 승률 0.521(5위)로 포스트시즌 막차 탑승에 성공, 2년 만에 가을 무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두산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 못했다.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WC)에서 NC 다이노스에게 무릎을 꿇었던 까닭이다. 그래도 2022년 창단 첫 9위의 수모를 겪었던 팀을 단숨에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끌어올린 것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두산은 지난해에도 2023시즌과 같은 74승 2무 68패 승률 0.521의 성적을 거뒀다. 순위는 2022시즌보다 단 계단 오른 4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것은 당연했지만, 2022년보다는 유리한 고지에서 가을 일정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충격적인 결과가 탄생했다. 두산이 사상 최초로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팀 중에서 유일하게 5위 팀에 무릎을 꿇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두산은 두 경기를 치르는 내내 KT 위즈를 상대로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할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그 결과 와일드카드 2차전이 끝난 뒤 성남 팬심이 대폭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야구장을 떠나지 않은 팬들은 코칭스태프 등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하지만 두산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두산은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허경민과 결별하게 되면서 전력이 마이너스가 됐지만, 외국인 선수 구성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두산은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콜 어빈을 영입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한 방'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제이크 케이브를 영입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을 구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날 고영섭 대표이사는 "2024년은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나름대로의 성과와 성적을 거둔 한 해였다. 하지만 저희는 그 성과와 성적에 비해 팬들로부터 많은 아쉬움과 질타를 받다. 그 아쉬움과 질타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그 안의 메시지를 잘 헤아린 뒤, 2025년도 변화와 혁신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된다"고 작년을 돌아보며 "우리는 최근 10년간 3번의 우승, 7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명문팀이다. 우리의 목표와 눈높이가 타 구단과 같을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도 그들과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명문구단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의 행동,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남다름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영섭 대표이사는 "명문 구단다운 경기내용으로 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야 한다. 지난해 팬들로부터 받았던 많은 질타는 이 부분을 향해 있다.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시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명문구단 일원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여러분은 더이상 개인이 아니다. 두산베어스 선수, 직원으로서 팬들이 사랑해주는 만큼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우리 스스로 잘 아시리라 믿는다. 두산베어스 일원으로서 프라이드를 갖고 생활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도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령탑은 "이 자리에서 선수단 여러분들에게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첫째 올 한해 팬들에게 승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자. 팬들이 열광하던 두산 베어스는 허슬, 그리고 미라클이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끈질김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에게 미라클의 감동을 되살려주자"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승엽 감독은 "우리 모두 시끌벅적해지자. 왁자지껄한 더그아웃은 끈끈한 팀 분위기의 상징이다. 동료들을 목청껏 응원하면서 팀을 하나로 묶어달라. 더그아웃의 활력은 그라운드의 무한한 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나 또한 선수단에게 약속하겠다. 모든 선수를 편견없이 지켜보겠다. 경기에 나갈 자격은 단 하나, 팀 승리에 더 보탬이 될 선수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는 무한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 두산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뜨거운 한 시즌을 함께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엽 감독의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 올해 성적에 정말 많은 것이 달려 있는 두산이 지난 두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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