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희가 벌써 그걸 알면…”
KIA 타이거즈는 멤버 개개인이 야구를 잘 한다. 개인성적이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개인성적이 좋아도 팀은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KIA는 2024시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잘했다. 팀 플레이, 팀 야구다.
박찬호와 최원준은 17일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 KIA의 2024시즌을 돌아봤다. 이들은 KIA의 통합우승 원동력으로 ‘누구도 자기 기록을 위해 야구를 하지 않았다’를 얘기했다. KIA 출신 레전드 투수 윤석민도 작년 KIA에 그런 모습이 보였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박찬호와 최원준을 칭찬했다.
윤석민은 “찬호와 원준이도 야구를 잘 한다고 느껴지는 게, 3점차 지고 있어. 9회 마지막 공격이야. 주자가 앞에 나갔지만 3점차니까 누구는 ‘아 졌네’ 하고 자기 스윙하고, 홈런 치려 그러고. 자기 밥그릇(개인기록) 찾아 먹으려고 2루타 치려고 그러는데, 어떻게든 1루에 나가려고 (파울)커트, 커트하고, 그러니까 해결은 뒤에서 하는 거야. 어쨌든 그걸 연결해주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여. ‘아, 얘네들 진짜 야구 잘 한다’ 이런 게 눈에 보이는 거야. 그래서 ‘타이거즈가 우승하겠다, 몇 년 가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최원준도 “올해 우승하겠다고 생각 한 게, 센터잖아요. 딱 보고 있으면 야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찬호 형도 (김)도영이한테 계속 얘기해주고, 도영이도 야구를 알면서 해 나가고, (김)선빈이 형도 우승 경험 많고, 어릴 때부터 나나 찬호형에게 얘기해주는 형도 있다. 내 옆에 (나)성범이 형 같은 경험 많은 형들이 있으니까 팀이 조화롭게 잘 굴러갔다. 0-3으로 지고 있는데 나갈 수 있는 찬스에선 홈런 스윙을 안 하고”라고 했다.
윤석민은 그런 분위기를 만든 후배들이 대견하다. “이런 분위기는 감독도 할 수가 없고, 선수들 본인이 하는 것이다. 단체로 ‘야, 우리가 하자’ 해도 안 돼. 알아서 하는 거거든”이라고 했다. 그러자 박찬호도 “우리가 올해 우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했다.
박찬호는 구체적으로 “누구 하나 자기 것(개인기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내 기록 먹으려고 야구 하지 않았다. 팀이 이기려고 야구를 했다. (김)도영이만큼 홈런을 38개 치는 타자면, 주자 2-3루에 깔려있으면 내야수가 뒤로 가요. 그러면 (타자가 타구를)굴리면 1점이잖아요. 다른 사람이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생각하는 야구는 그렇다. 삼진을 당해도 되는 순간이 있고,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어떤 타자도 그 상황에는 삼진을 당하면 안 된다. 인플레이 타구를 내야 한다. 도영이가 그게 되더라. 그게 한국시리즈에 나왔다. 그렇게 도영이도 알아가면서,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고 거기에 본인 능력까지 더해지니까 엄청난 파급력이 나왔다”라고 했다.
윤석민은 “너네가 벌써 그걸 알고 있으면, 내가 볼 땐 이제 진짜 왕조 시대 열 수 있다. 그런데 시즌 때 대신 그런 마음가짐이 안 깨져야 돼. 옛날에 삼성 왕조, SK 왕조, 두산 왕조가 있었는데, 그 선수들이 너네들이 말한, 자기 밥그릇 찾아 먹는 것보다 팀 플레이를 엄청 잘 했어. 특정한 상황에 타석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좋았다. 우리가 이기고 있어도, 3~4점차면 타자들 크게 휘두르고, 한 방 땅 때려서 감독한테 어필하거나 자기 기록 올리려고 하지, 거기서 툭툭 안 친다. (KIA도)그런 모습이 있었던 팀”이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부터 선수들에게 감독 눈치보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할 야구를 하라고 독려했다. 그게 개인을 위한 야구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KIA는 팀 퍼스트 마인드를 선배들부터 솔선수범해서 보여줬다. 그리고 박찬호와 최원준 등 중간급들이 잘 이어받았다. 막내 김도영까지 팀 야구에 눈을 떴다. 이러니 구단은 금지어라고 생각하지만, 왕조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지금 갖고 있는 팀 퍼스트 마인드만 변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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