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는 6월만 잘하면 된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코치 시절 코칭스태프, 프런트 전체 회의에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실제 KIA는 근래 유독 6월에 약했다. 4~5월에 나쁘지 않다가 6월만 되면 고꾸라졌고, 그때 까먹은 승수를 7~8월에 만회하느라 힘을 다 빼고 나면 별 소득 없이 시즌이 끝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5일 공개된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를 통해 또 한번 이 얘기를 꺼냈다. 우선 6월~7월 초 사이에 배정되는 수도권 9연전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KIA,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등 이동거리가 긴 구단들은 KBO로부터 수도권 9연전을 배정받는다. 이동거리를 줄여 체력을 안배하라는 배려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난 그거 좀 반대야. 수도권 팀들이 다 강팀이거든. 9연전을 한번 갔다 오잖아. 그러면 1승8패, 2승7패하고 오는 거야. 김기태 감독님, 윌리엄스 감독님 계실 때도 수도권 9연전이 제일 힘들었다”라고 했다.
실제 2017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6월 및 수도권 9연전 성적을 뽑아보니 이범호 감독의 말이 맞았다. 꼭 6월 초, 중순, 말에 수도권 9연전이 겹쳤다. 2017년에만 6월에 수도권 9연전을 하지 않았다. 2017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6월에 5할 승률을 한 적이 없었다. 최근 4년 연속 5할 승률에 실패했다. 잘 나갔던 2024시즌에도 승패 마진 -1이었다. 그나마 수도권 9연전서는 최근 2년 연속 선전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작년) 수도권 9연전서 4승5패했다. 엄청 잘한거야. 내가 계속 구단한테 얘기하는 거야. 수도권 9연전 하지 말자고. 6연전만 하자. 거기 다 강팀인데. 6연전하고 내려가고 또 6연전하는 게 좋은데”라고 했다. 수도권 9연전을 하지 말고 홈 6연전~수도권 6연전~홈 6연전~수도권 6연전 스케줄이 낫다는 얘기다.
대부분 팀이 4~5월에 바짝 달린다. 6월에는 살짝 지치기 시작한다. 더구나 기온이 올라가고 장마가 시작돼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게 된다. 부상자도 나오기 마련이다. 6월에 확 처지면 결국 포스트시즌에 못 가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이 유일한 예외였다. 6월에 5할 승률을 하고도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다. 그래도 6월에 승수를 많이 잃지 않은 덕분에 시즌 막판까지 5위 싸움을 했다.
반면 통합우승한 2017년에는 6월 성적이 좋았고, 수도권 9연전도 없었다. 작년에도 6월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예년에 비해 선전했고, 수도권 9연전을 잘 치렀다. 덕분에 시즌 중반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의 추격을 뿌리칠 동력을 마련했다. 작년의 경우 6월만 빼면 월간 승률 5할을 기본으로 달성했다. 이 팀에 오래 있었던 이범호 감독이 6월 페이스와 수도권 9연전을 경계하는 건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KBO가 공개한 2025시즌 일정에 따르면 KIA는 올해 어김없이 6월에 수도권 9연전을 치른다. 6월20일부터 22일까지 SSG 랜더스와 인천 3연전을 갖는다. 하루 쉬고 24~26일에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 3연전이 이어진다. 27~29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3연전으로 마무리한다. 전력이 다소 약한 키움과의 일정이 포함됐지만, SSG와 LG는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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