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FA 계약을 했다. 그러나 어쩌면 자리가 없을 수 있다.
김성욱(32, NC 다이노스)은 어렵게 2년 5억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호준 감독은 일찌감치 박건우에게 올 시즌 주전 중견수를 맡길 계획을 세웠다. 최근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그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중견수가 자주 바뀌면 외야 수비의 안정감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면서, 박건우를 경기 도중에도 쉽사리 교체하지 않을 뜻을 드러냈다. 박건우는 두산 베어스 시절 정수빈에게 자리를 내줄 때까지, 중견수를 본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오랜만에 보는 중견수다. 체력소모가 커질 게 자명하다. 때문에 간혹 완전히 1경기를 배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실적으로 김성욱은 박건우가 쉬는 날 선발출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호준 감독은 내, 외야를 막론하고 한 방 있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겠다고도 선언한 상태다. 아무래도 맷 데이비슨을 제외하면 장타자가 많지 않다. 김주원과 김형준은 센터라인 핵심으로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와 포수다. 대표적 선수가 외야수 박시원, 내야수 한재환이다. 특히 박시원의 경우 이호준 감독이 타자로서의 재능이 나성범(KIA 타이거즈)급이라고 극찬한 바 있어 1군 중용 가능성이 있다.
이호준 감독이 아직 공개적으로 김성욱을 어떻게 쓸 것인지 밝힌 적은 없지만, 어쩌면 입지가 확 좁아질 수 있다. 코너 외야를 맡으면서 한 방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권희동, 손아섭과의 경쟁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 이호준 감독은 일찌감치 지명타자 로테이션을 선언한 상태다.
그런데 김성욱이 꼭 좌절만 할 필요도 없다. 마침 NC에는 2년 전 FA 시장에서 김성욱처럼 어렵게 계약했다가 대반전을 일궈낸 외야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권희동이다. 권희동은 2022-2023 FA 시장에서 1년 1억25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보장연봉 9000만원에 옵션 3500만원이었다. 심지어 스프링캠프가 거의 끝나가던 2월27일에 계약이 발표됐다. 일반 연봉계약자가 최대 10억원 넘게 받는 시대인 걸 감안하면, 다소 초라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권희동은 2023시즌 96경기서 타율 0.285 7홈런 63타점 OPS 0.743으로 대반전을 일궈냈다. 시즌 중반부터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결국 2024시즌을 앞두고 1억5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자 2024시즌에 더 잘했다. 123경기서 타율 0.300 13홈런 77타점 OPS 0.869를 기록했다. 생애 첫 규정타석 3할을 때렸다.
올 시즌 연봉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절대적 수준에서 아주 많은 금액은 아니더라도, 권희동은 FA 미아 위기에서 팀에서 없으면 안 되는 외야수로 거듭났다. 사실 앞으로 쓰러질 듯한 특유의 타격 폼은 전혀 정석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자리매김해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다. 출루율이 0.417로 리그 5위였다는 점도 놀라웠다. 지난 시즌 NC 외야수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팀 공헌도가 높았다.
김성욱도 권희동 케이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애버리지가 낮은 약점을 보완하면 충분히 생산력이 올라갈 전망이다. 수비력 좋고, 기동력도 나쁘지 않아서 활용가치 자체가 떨어질 선수는 아니다. 32세로 전성기에서 떨어질 시점도 아니다. FA 계약을 어렵게 체결한 만큼, 뭔가 대반전이 필요하다.
그래도 김성욱은 2년 전 권희동과 달리 투손 스프링캠프 참가도 가능할 듯하다. NC는 아직 김성욱을 공식적으로 투손 캠프 명단에 포함하지는 않은 상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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