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짜 연구를 많이 했다.”
KIA 타이거즈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찬호(30)는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5라운드 50순위로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중용됐다. 고교 시절부터 수비력이 탁월했고, 발도 빨라 도루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다시피 타격이었다. 군 복무를 일찌감치 마치고 돌아왔음에도 좀처럼 타격이 향상되지 않았다. 26세 시즌이던 2021시즌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규정타석 타율 최하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타격에 일가견이 있던 김기태 전 감독,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이 숱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타격 포텐셜은 터지지 않았다.
그런 박찬호는 2022년 130경기서 타율 0.272 4홈런 45타점 OPS 0.685로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이때 전임단장이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 연습경기서 박찬호의 타격이 달라졌다며, 올해 다를 것이라고 팬들에게 장담한 게 크게 화제가 됐다. 당시 전임 담장은 박찬호가 과거와 달리 왼 어깨가 빨리 무너지지 않고 충분히 공을 보고 때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박찬호는 2023년 130경기서 타율 0.301 3홈런 52타점 OPS 0.734, 2024년 134경기서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OPS 0.749를 각각 기록했다. 도루에 굳이 욕심을 내지 않고 타격과 수비에 집중해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유격수로 거듭났다. 그 결과 유격수 수비상 2연패에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안았다.
물론 박찬호는 타격 얘기만 나오면 “아직 멀었다”라고 한다. 이제 리그 평균 수준이라며, 더 잘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사실이긴 하지만, 지금 수준으로 꾸준히 활약해도 충분히 괜찮다. 알고 보면 여기까지 달려온 과정에서도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박찬호는 17일 공개된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을 통해 “진짜 연구를 많이 했다. 좋은 타자들의 타격자세를. 그 과도기가 조금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9년에 잠깐 반짝하고 2020년에 완전히 곤두박칠 쳤다. 그러니까 2019년도 후반기부터 2020년까지 계속.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정답을 찾을 때까지 다 해봤다”라고 했다.
윤석민은 박찬호의 저연차 시절을 떠올리며 “미트에 들어가는 공을 끄집어내려고 했다”라고 했다. 김기태 전 감독 시절이었다. 삼진만큼은 당하지 말라는 미션을 지키기 위해 공을 최대한 지켜보고 치느라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었다고 회상했다. 박찬호는 이 시기를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됐을 때”라고 했다. 타격에서 자신만의 비기가 없었던 시절이다.
결국 박찬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최근엔 무키 베츠(LA 다저스)의 타격을 바라보며 공을 쪼갤 듯한 스윙을 하지 않고도 강한 타구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무작정 하는 연습은 노동이었음을 알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2020년, 2021년까지도 손에 물집이 항상 잡혀 있었다. 굳은 살이 항상 딱딱하게 있었다. 2022년부터 굳은살을 아예 안 잡히게 했다. 노동으로 하는 노력이 아니라,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노동을 한 게 주효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박찬호는 “공 잘 던지고 싶다고, 공만 던진다고 잘 던져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연습방법과 방향성을 터득하면서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로 이어졌다. 2년 연속 수비상도, 골든글러브도 노력의 산물이다. 본인은 여전히 타격에 자신감이 떨어지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도 박찬호는 KIA 강타선의 맨 앞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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