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단결 원동력은 37년 무분규…경영성과·공감소통
운명의 주 맞이한 고려아연…승부처는 집중투표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핵심기술진에 이어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회사를 지키겠다며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배경에는 37년동안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이어오며 쌓은 상호 신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해 9월 MBK·영풍 측이 기습 공개매수를 개시하자 곧장 서울로 올라와 집회를 열어 강하게 반발했다.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열린 대전역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지난달에는 직접 국회를 찾아가 MBK의 적대적 M&A 중지 촉구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국민 성명서를 통해 MBK·영풍 측의 적대적 M&A에 다시 한번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노조는 "MBK파트너스·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총파업 등 모든 방법으로 회사를 지킬 것"이라며 "고려아연을 투기 자본과 실패한 기업이 기습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어 임직원들과 근로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더 이상 투기적 사모펀드의 이익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저지하고 회사를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 노조가 이처럼 적대적 M&A에 강하게 반발하며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비철금속 세계1위에 오르는 데까지 자신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자긍심과 함께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영성과를 공유하고 상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신뢰의 노사관계 역시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노사는 50년을 맞아 지난해 7월 2024년도 임금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며 37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전통을 이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 위원장은 인터뷰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문 위원장은 "오랜 기간 파업 없이 무분규로 노사 협상을 타결해 올 수 있었던 건 일단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성과를 내고 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큰 전제는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회사는 99분기 연속 흑자 경영을 이뤄냈으며, 100분기 연속 흑자라는 금자탑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직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복지 증진을 위한 노사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법적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2013년 이전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통한 선제적인 정년연장을 진행한 바 있다. 2013년 국회를 통과한 '60세 정년제'는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됐으나, 고려아연은 이를 국회 통과 이전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했다. 이외에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과 성과급을 기본급화하는 작업도 모두 법제화 전 노사협의를 통해 시행했다.
또 2022년 12월부터 생산직 직원에 대한 4조 2교대 근무 방식 도입을 정식으로 도입했다. 고려아연은 신규 사택 건립을 진행하는 등 직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지속해 왔다. 사택에 거주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는 주택자금 대여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자율 또한 저금리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이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은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투표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 통과 여부에 따라 고려아연 최 회장 측과 MBK연합 중 어느 쪽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21일까지 나올 예정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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