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북극 한파로 실내로 취임식장 변경…600명 수용 가능
참석 인원 22만명 → 2만명으로 축소
정용진·김범석, 트럼프 취임무도회 참석
참석인원 축소에 韓사절단 노심초사
꽉 막힌 대미창구 소통 물꼬 틀지 '주목'
[마이데일리 = 한종훈 기자·황효원 기자]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미 백악관 주인으로 복귀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은 미 현지시간으로 20일 낮 12시,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2시에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내 중앙홀(로툰다홀)에서 진행된다.
취임식 장소는 '북극 한파' 여파로 실외에서 실내로 바뀌면서 당초 25만명이었던 참석자가 2만여 명으로 대폭 줄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에서 열리는 것은 1985년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이후 40년 만이다.
미국 유권자의 재신임을 받은 트럼프 2기 정부는 단순히 1기의 연장이 아니라 더 독해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정부'를 예고하면서 전 세계를 초긴장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에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나라에 10% 내지 20%의 기본 관세, 중국에 대한 60%의 추가 관세 등도 공약했다.
나아가 관세 부과를 통해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해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대규모로 유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안정한 국내 정국 속에서 민간 기업인들이 직접 나서 대미(對美) 가교 역할을 나서고 있다. 현재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미창구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으로 인맥을 중시하는 트럼프와 국내 재계 인사 간 첫 만남인 만큼 경제·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소통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통가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 의장, 허영인 SPC 회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초청을 받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이나 정책 실세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기독교라는 공통점으로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부인 한지희 씨와 함께 지난 18일 트럼프 주니어 부부와 처음으로 부부 동반 만남을 가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초청으로 플로리다 한 리조트에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은 취임식을 전후로 미국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과도 교류할 전망이다. 소수 인원만 초대 받는 무도회에도 초청 받아 부인과 동행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토대로 한미 간 산업의 소통 창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미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마트 미국 자회사 PK리테일홀딩스를 세워 사업확장을 시도했다.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와 미국 유기농 슈퍼체인 뉴시즌스마켓도 인수했다. 미국 오리건주 공장에서는 2021년 이후 매해 약 200만팩 가정간편식을 생산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 현지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 무도회에 참석한다.
이미 김 의장과 경영진들은 지난 19일 열린 비공개 리셉션 행사에서 트럼프 2기 내각 유력 인사를 연이어 만났다. 모임에 참석한 인사 중 한국과 연관 있는 이는 김 의장이 유일했다.
김 의장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도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쿠팡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 등에 직접 투자하며 일자리 등 사업 환경을 구축한 것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미국 정부와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쿠팡Inc는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미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물류망 투자를 확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팡Inc 공공관계총괄을 지낸 알렉스 웡을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에 발탁했다.
식품 전문 기업 SPC의 허영인 회장도 취임식에 초청 받았다. 허 회장의 초청은 한미동맹친선협회의 추천으로 이뤄줬다. 허 회장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2005년 미국에 진출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 약 2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SPC그룹은 지난 2일 미국 텍사스 벌리슨시에 제빵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공장 투자비만 1억6000만달러(2321억원)에 달한다.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 던킨,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 미국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 시키는데도 일조했다.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은 까스텔바작 대표이사 자격으로 취임식에 참석한다. 패션 관련 재계 인사로는 현재 유일하게 취임식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까스텔바작 관계자는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국내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과의 소통 창구를 확보해 긴밀히 교류하면서 글로벌 진출 보폭을 넓힐 방침"이라며 "형지 브랜드를 알리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 우오현 SM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도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오현 SM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초청을 받아 취임식에 참석한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2003년 설립 이후 주한 미군 모범 장병을 선발해 상을 주는 등 교류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미동맹재단 고문을 맡고 있는 우 회장은 한미 교류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로써 우 회장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는 국내 기업인이 됐다.
미국 내 네트워크가 탄탄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 회장은 국내 4대 경제단체장 중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다. 류 회장은 미국 공화당 민주당 유력 인사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협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민간 경제협력 채널을 즉시 가동했다. 지난해 11월 국제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 공동으로 트럼프 2기 대응 컨퍼런스를 개최, 지난달 미국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었다.
다만 현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장소가 북극 한파로 인해 실내로 변경되면서 국내 정재계 인사들 다수가 취임식장에 입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 취임식장 수용 가능 인원이 600명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내 취임식 입장권은 현지에서 재배포 됐는데, 한국에서는 조현동 주미대사가 유일하게 로툰다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툰다에 입장하지 못한 입장객들은 의사당 인근 대형 실내 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취임식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등은 아레나 입장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과 김 의장은 취임식 후 열리는 무도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 회장 등은 입장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많은 정책을 빠르게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재계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경협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주체가 원팀 정신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의원 외교의 역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촉구했다.
황효원 기자 , 한종훈 기자 wonii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