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가족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텼다."
우리카드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 이강원에게 올 시즌은 어떤 시즌일까.
이강원은 2012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으로 프로 입성 때부터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2016-2017시즌 36경기 325점, 2017-2018시즌 35경기 393점을 기록했지만, 그 외 시즌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20-2021시즌이 끝난 후 삼성화재에서 우리카드로 이적을 한 이강원은 위기를 맞았다. 2021-2022시즌 24경기에 나왔으나, 이후 출전 시간이 확 줄었다. 2022-2023시즌 3경기, 2023-2024시즌에는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렇게 그는 잊혀 가고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17경기에 나왔다. 74점 공격 성공률 46.38%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 20일 2라운드 OK저축은행전에서는 2022년 12월 14일 3라운드 현대캐피탈전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선발 출전 경기를 가졌다. 지난해 11월 23일 2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는 11점을 기록, 2022년 3월 2일 6라운드 현대캐피탈전 13점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 1월 14일 한국전력전에서는 16점 공격 성공률 58% 맹활약하며 8년 만에 주관 방송사 MVP 인터뷰를 가지는 경사도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1순위 출신 베테랑이 돌아왔다. 다른 팀 주전 선수들에 비하면 평범하다. 하지만 이강원에게는 남다르다. 한 경기, 한 경기, 득점 1점 1점이 소중하다.
지난 21일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이강원은 "너무 오랜만에 경기를 꾸준히 뛰고 있어 즐겁고 재밌다. 선수들과의 호흡, 경기를 이겼을 때의 쾌감, 항상 감사하지만 올 시즌 유독 감사한 마음을 크게 느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랜 기간 안 뛰다가 뛰니까 주변에서 '잘 버텼다', '멋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솔직히 다른 팀 동료들이나 지인들이 최근 방송 인터뷰를 보고 '짠했다', '슬펐다', '운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본인들이 더 와닿았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미소 지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이전에 이강원을 두고 "이강원은 수비가 좋고, 파워도 세고, 팀을 위한 선수다. 또 젊은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미시엘 아히(등록명 아히)가 부상으로 V-리그를 떠나자, 주장직도 이강원에게 맡겼다.
이강원은 "주장을 맡으니 책임감이 다르긴 하다.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동료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고, 착한 친구들이라 크게 문제가 없다. 특히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팀에 주는 (송)명근이가 너무나도 고맙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으니까, 동료들과 끝날 때까지 아프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웜업존에 있는 시간,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고 그저 코트를 바라만 봐야 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솔직하게 준비라는 건 할 게 없다"라고 입을 연 이강원은 "경기도 못 뛰고, 운동도 제대로 못하니까 준비를 할 게 없었다. 자존감도 떨어지고, '이제 운동을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라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 "코트와 웜업존을 구분 두고 싶지 않다. 웜업존에 있는 선수 누군가는 언젠가 코트를 채워야 할 시간이 온다. 그 시간은 언제 올지 모르니까 항상 대비하고, 미리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 이강원의 말이다.
끝으로 이강원은 "당장 수술하고 싶을 정도로 팔이 아파 쉬고 싶다. 최근에 경기를 뛰면서 가족 외에도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나 또한 기쁜 마음을 유지하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꾹 참고 시즌을 잘 버텨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1순위 출신 베테랑 공격수가 돌아왔다.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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