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김서현은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데뷔 첫 시즌 20경기에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를 기록하는데 그치는 등 160km의 초강속구를 제외하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김서현은 달라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즌 초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기회를 받지 못하던 김서현은 7월부터 출전을 늘려가기 시작하면서 37경기에서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한 가지 투구폼에 정착하지 못하는 등 방황의 시기를 겪은 투수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 결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고, 4경기에 등판해 최고 155km 빠른 볼을 바탕으로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 투구를 펼쳤다.
특히 류중일 감독은 쿠바 대표팀과 평가전이 끝난 뒤 "인상 깊게 본 것이, 나는 (김)서현이가 변화구에 대한 제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볼볼볼을 하더니, 이후 변화구 3개로 다 잡아냈다. 공이 빠르면 변화구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며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레벨업을 위해 호주 멜버른 캠프에 몸을 실었다.
1년 만에 달라진 입지 속에서 출국하는 기분은 분명 남달라 보였다. 김서현은 "기분이 많이 다르긴 하다. 스프링캠프를 갈 때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마음가짐은 비슷한데, 매년 새로운 느낌인 것 같다"고 김경문 감독 체제의 스프링캠프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제는 투구폼이 정착돼 가고 있는 단계지만, 김서현은 그동안 투구폼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특히 방황을 하던 시기에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를 연상캐 하는 모습의 폼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었다. 그는 "투구폼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밸런스 위주의 운동을 많이 했다. 투구폼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투구폼을 최대한 정립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체지방도 많이 뺐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맞는 김서현의 마음가짐은 조금 남다르다. 그동안 사용하던 '친구'의 번호를 떼고 '친형'이 사용하던 44번을 달게 된 까닭이다. 김서현의 친형 김지현은 지난해 육성 선수로 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1경기 만에 방출의 아픔을 맛보게 됐다. 이에 김서현은 프리미어12에서 형이 사용하던 44번을 장착했고, 한화에서도 44번을 달기로 결정했다.
김서현은 "54번을 사용하면서 풀타임 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44번이 친형 번호이기도 하다. '조금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원래 고등학교 때에는 11번을 달아왔는데, 한화에서는 11번을 거의 포기했다(엄상백 11번). 54번은 친구가 사용하던 번호였는데, 44번은 친형이 사용했던 번호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이번 스프링캠프의 목표로 '밸런스'를 잡았다. 구위는 국제 대회에서도 통할 정도로 위력적이며, 구속은 KBO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에 이르는 만큼, 꾸준한 투구를 위해선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김서현은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고영표(KT 위즈)와 최일언 코치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기도 했다. 김서현도 이를 알기에 '밸런스'라는 단어를 수차례 꺼냈다.
김서현은 "지난해 초반보다는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밸런스나 중심 이동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최일언 코치님께는 체인지업을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이 부분을 많이 연습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중점적으로 한다면 밸런스는 지난해보다 더 일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매일 컨디션과 날씨, 마운드가 다 다르기 때문에 밸런스가 항상 일정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게 운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김서현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작년보다는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후반기 필승조에 합류하긴 했지만, 이제 완벽하게 필승조로 안착해야 한다. 중요할 때 나가서 막아줄 수 있는 투수가 되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마무리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주)현상 선배님께 내가 비빌 수 있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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