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는 순수해야 한다.
혹자는 그런 얘기를 한다. 음주운전자에게도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음주운전자 때문에 누군가가 이 사회에서 성공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사회의 인식이 그렇다.
SSG 랜더스와 ‘레전드’ 박정태의 동행이 24일만에 막을 내렸다. SSG는 구랍 31일 박정태 퓨처스 감독을 선임했다.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추신수 구단주 보좌와의 관계는 그렇다고 쳐도, 음주운전 3회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박정태는 2019년 1월 부산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 강제로 운전을 방해하고 운전자를 폭행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과거 음주운전 2회 경력도 드러났다.
그런데 박정태의 2019년 사건은,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당시 야구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품위손상행위에 야인 혹은 전직 인사를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더구나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은 KBO가 품위손상행위로 징계를 논할 때 음주운전 횟수 산정에서 빠지는 2018년 9월11일 이전이었다.
한 마디로 KBO의 징계를 안 받고 지도자로 데뷔해도 무방한 상황. 그러나 박정태는 야구규약보다 따가운 여론의 시선에 떠밀려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업계에 따르면 박정태는 이미 약 1주일전 구단에 사퇴 의사를 표했고, 23일에 최종적으로 결론이 났다.
박정태 사건의 교훈은 명확하다. 음주운전자가 한국사회에서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진다. 법에 의해 처벌까지 받고 반성한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SSG가 박정태 퓨처스 감독을 밀어붙였다면 박정태 감독 때문에 순수한 야구인 한 명이 감독으로 활약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법과 도덕 앞에서, 야구는 순수해야 한다. 야구 앞에 진짜 순수한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야구인들은 야구 앞에서 순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행을 포기한 SSG와 박정태는 뒤늦었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 야구 팬들도, SSG도, 박정태도 상처만 남은 채 음주운전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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