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한다혜의 이적, 어쩌면 한수진에게는 기회였다.
이영택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에 변화가 많았다. 한수지와 정대영이 은퇴를 선언하고, 강소휘와 한다혜가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각각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났다. 강소휘의 공백은 유서연, 권민지에 FA 영입생 김주향으로 메운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한다혜의 빈자리는 따로 보강이 없었다.
한다혜는 2020-2021시즌 트레블의 주역이었으며, 주전급으로 자리 잡은 2018-2019시즌부터 꾸준하게 리시브 효율 40% 이상을 기록했다. 안정감이 있다.
이영택 감독이 눈 여겨본 대체자 1순위는 한수진이다. 한수진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아마추어 시절부터 아웃사이드 히터, 리베로, 세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러던 2020-2021시즌 한다혜와 함께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는데, 이때 수준급 디그 실력을 보여주며 트레블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2021-2022시즌 다시 백업으로 물러났고, 지난 시즌에는 36경기에 출전했으나 대부분이 후위 수비 강화 교체 출전이었다.
'리시브가 약하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영택 감독도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게 아니다. 하지만 이영택 감독은 비시즌에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약하지 않다고 본다. 잠깐 들어가서 잘하는 선수는 없다"라며 "매일 야간 훈련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한다혜를 과감하게 보낼 수 있었던 이유다. 수진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난 다가오는 시즌 한수진의 활약을 기대한다"라고 이야기했었다.
캡틴 유서연 역시 "올 시즌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로 욕심도 많고 쉬는 날 없이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 기대해도 좋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GS칼텍스는 비록 전반기 14연패를 기록하는 등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풀타임 출전 기회를 받은 한수진은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팀이 치른 23경기에 모두 나와 리시브 효율 40.04% 세트당 디그 4.769개를 기록 중이다. 수비 2위, 리시브-디그 3위. 리시브와 디그 모두 3위 안에 이름을 올린 리베로는 임명옥(한국도로공사)과 한수진뿐이다. '최고의 리베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임명옥 못지않은 안정감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도 리시브 효율 45.16% 세트당 디그 5.2개로 맹활약하며 팀의 시즌 첫 연승에 기여했다. 한수진은 주관 방송사 수훈 선수 인터뷰도 가졌다. 데뷔 후 첫 주관 방송사 인터뷰였다.
한수진은 방송사 인터뷰에서 "미연 언니가 오고 나서 젊은 선수들에게 힘을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젊다 보니까 볼 하나에 탓하는 게 많은데, 미연 언니가 많이 격려를 해주시니까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어 "많이 부족한데 아보 코치님이 많이 알려주신다. 초반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 후반기에 와서 좋은 모습 보여줘서 고맙고, 남은 경기도 힘내보자"라고 했다.
기자가 비시즌에 이영택 감독을 만날 때마다 '리베로 포지션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물어봤다. 그럴 때마다 이영택 감독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지금 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실었다.
GS칼텍스는 올 시즌 최약체 후보라 불렸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 시즌 초반 외인 및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등 악재가 닥쳤다. 그러나 부상에서 돌아오고,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면서 앞으로를 기대케하고 있다. 한수진은 물론이고 180cm 미들블로커 오세연이 GS칼텍스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고, 김지원도 안혜진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며 주전 세터 역할을 잘하고 있다. 어쩌면 내년 시즌에는 다크호스가 될지도 모른다.
남은 경기에서도 한수진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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