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내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에…"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김진욱은 가장 뛰어난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하는 등 '초고교급'이라는 수식어를 달 정도로 큰 기대를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가 부담이 됐던 것일까.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진욱의 활약은 조금 아쉬웠다.
데뷔 첫 시즌 39경기에 등판해 4승 6패 8홀드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던 김진욱은 2022시즌 14경기에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6.36, 2023시즌에도 50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8홀드 평균자책점 6.44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분명 선발과 불펜으로 가능성이 있는 모습을 수차례 드러냈으나, '꾸준함' 만큼은 김진욱에게 가장 큰 숙제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프로 무대를 밟은 뒤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진욱은 7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97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기면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5월 두 번의 등판에서 1승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더니, 6월에도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4.79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4승 3패 평균자책점 5.31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난 뒤 롯데의 뜻밖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유는 김진욱이 지난해 8월 상무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까닭. 롯데 입장에선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김진욱의 공백은 달갑지 않았다. 반면 김진욱의 뜻은 완고했는데, 또 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김진욱의 왼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가 부분 파열된 것. 이에 김진욱과 롯데는 고심 끝에 상무 입대를 포하기로 결정했다.
김진욱의 상무 입대 취소 소식을 전하면서 "11월 중순 김진욱의 부상으로 인해 입대 취소를 신청했다"며 "좌측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가 부분 파열돼 재활 훈련 및 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상무도 경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아픈 선수를 입대시킬 순 없었고, 롯데는 김진욱과 논의한 끝에 입대를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부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는 경우엔 '토미존(UCL)' 수술이 불가피하다. 토미존 수술의 경우 통상적으로 1년 이상의 긴 재활이 필요한 큰 수술. 다행히 김진욱은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지 않았고, 예정대로 2025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현재 대만 타이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무 입대를 포기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진욱은 몸 상태에 대한 물음에 "몸 상태는 두 달 정도의 비시즌 동안 잘 만들어서 캠프를 준비해서 시즌을 치르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트레이닝 코치님과 이야기를 잘 해서, 캠프에서 너무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하고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욱은 '결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고민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내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후회없이 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구단에서는 내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해 주셨다. 그리고 구단에서도 '그렇게(상무 입대 포기)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주셔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쉽지만 부상으로 인해 상무 입대를 포기한 김진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으로 향한다. 현역 입대를 택하지 않았을 때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회는 아시안게임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한 단계 더 성장한다면, 충분히 병역 혜택을 노려볼 수 있다.
김진욱은 "어차피 내가 잘해야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치지 않고 캠프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4~5선발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분명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지만, 올 시즌의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김진욱은 "작년에 힘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이전에 '야구를 더 못해도 된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올해도 같은 생각이다. 그동안 팬분들이 기대하시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 쫓아가다 보니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공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서 던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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