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주항공 참사 한 달만에 사고 발생…소비자 수요 심리 위축
적은 인력 및 잦은 운항으로 항공기 안전 문제 지속 발생
국토부, 오는 4월까지 항공안전 혁신대책 마련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 달여 만에 에어부산에서도 기내 화재가 발생하며 '항공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수요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항공기 안전관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륙 직전 기내 내부에 연기와 불꽃이 튀자 탑승객과 승무원은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176명 전원 비상 탈출에 성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탑승객 3명, 승무원 4명 등 7명이 경상을 입었다. 현재 부상자 1명과 외국인 승객 10명을 제외한 탑승객은 전부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처럼 제주항공에 이어 에어부산까지 계속되는 항공기 안전 사고에 소비자들의 LCC 기피 현상은 더 심화될 조짐이다.
국토부 항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국내 LCC 9곳의 국제선 이용객은 무안 참사 발생 이전 일주일(지난해 12월 22~29일) 160만3314명에서 참사 이후 일주일(지난해 12월 29일~올해 1월 5일) 149만837명으로 7%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항공기 사고가 단 기간 내 연달아 발생하는 것에 소비자들의 '집단 트라우마'는 물론, LCC 수요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항공기 수에 비해 너무 적은 인력과 잦은 운항으로 항공 정비에 관한 안전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HL7763 항공기가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17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도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LCC 5곳 중 국토부가 권고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최소 12명' 조건을 충족한 항공사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유일했다. 두 항공사도 매년 기준을 충족한 것은 아니며, 8년간 LCC 5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이 이 기준을 만족시킨 경우는 단 3회에 그쳤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3일 김포국제공항에서 국내 주요 9개사 LCC 사장단과 함께 'LCC 항공안전 특별점검 회의'를 개최하는 등 항공기 안전 기준 준수 여부 강화에 나섰다.
항공사들은 회의에서 항공기 가동률을 낮춰 정비 시간을 늘리고, 정비사를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또 조류 충돌, 모든 엔진 정지 등 비상상황 대응 조종사 훈련프로그램 강화방안과 신규 항공기 도입, 정비설비 및 훈련시설 확대 등의 안전 투자 계획도 공유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항공기 가동률, 정비인력 확보 및 정비기준·절차 준수에 대한 집중감독을 시행할 예정이다. 신규 항공기 도입 전 검증도 강화하고 숙련된 전문인력의 확보를 위해 운항정비 인력 산출기준도 개선한다. 안전수준 미달 항공사는 운항증명 정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민·관 합동점검단의 점검을 통해 11개 국적항공사와 전국 공항의 안전체계, 시설, 장비를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시설과 제도 개선을 포함한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오는 4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CC가 수익 추구에만 급급하고 근본적인 안전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항공 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LCC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불식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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